[이슈人]수백억대 손실내고 떠난 구조조정 청부사, 주진형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대책을 왜 정부와 정치권에 묻나. 경영진과 주주들이 해결해야 될 일이고 채권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치권으로 간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겸 전 더불어민주당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은 '구조조정 청부사' 기질을 버리지 못했다. 4ㆍ13 총선에 앞서 지난 3월 더민주에 입당한 주 전 사장은 최근 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부 주도의 조선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는 더민주의 대기업 구조조정과 관련된 전반적인 의견과도 다소 온도 차가 있다. 더민주에서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피해보는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한 조치를 정부나 정치권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 전 사장은 증권가에서나 정치권에서나 주머니 속 송곳처럼 튀고 있다.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을 뿐 아니라 거침없이 얘기한다. 자신의 전매특허와 다름없는 구조조정 분야에 대해서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 주 전 사장은 증권가에 몸담을 때도 구조조정 청부사로 불렸다. 그는 한화투자증권 사장 시절 전부터 이 같은 별명을 얻었다. 그는 2005년 우리투자증권과 LG투자증권의 통합과정에서 전략담당 상무를 맡아 조직 슬림화를 주도했다. 당시 540여명이 잘려 나갔다.

한화투자증권으로 옮겨서는 더욱 칼날을 휘둘렀다. 2014년 주 전 사장은 한화증권과 푸르덴셜증권의 합병 후 대규모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카드로 구조조정을 내세웠다. 이 과정에서 35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전체 직원의 4분의 1이 옷을 벗어야 했다.

이 같은 주 전 사장의 서슬 퍼런 경력은 정치권 입문 당시 논란을 일으켰다. 더민주 일각에서는 주 전 사장의 구조조정 청부사 전력을 문제 삼았었다.

이에 대해 주 전 사장은 "구조조정이 뭐가 문제냐"며 "계속되는 적자를 줄이기 위해 숫자를 줄이려고 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주 전 사장이 떠난 뒤 한화투자증권에는 그의 모험적인 시도의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주 전 사장이 인력감축으로 인건비 부담을 줄이긴 했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자신만의 경영철학을 고집하면서 결국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대다수의 증권사들이 대규모 흑자를 보인 가운데 166억원이라는 영업손실을 봤다. 2014년 88억원 순익을 기록하며 살아나는 듯했지만 1년 만에 다시 적자로 고꾸라졌다. 한화투자증권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적자였다.

올해 1분기 실적은 더 충격적일 전망이다. 조만간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한화투자증권은 1분기에만 7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투자증권 현장에서는 "영업을 할 만한 직원들이 다 떠나서 일할 사람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전해진다.

주 전 사장은 정치권에서 아직까지 그만의 모험적인 시도를 보여주진 못했다. 4ㆍ13 총선을 대비한 한시적인 직책을 맡았던 탓이다. 20대 국회가 시작되면 그는 원내 1당인 더민주에서 어떤 자리에서든 경제정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정치권에서의 새로운 시도는 이제부터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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