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진단④]유럽, 6월 고비 넘겨야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유럽 경제는 6월 위기를 넘겨야 한다. 6월23일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예정돼 있고 사흘 후인 26일 스페인이 총선을 다시 치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2010년부터 유로존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그리스도 최근 추가 긴축 문제에 직면하면서 다시 정국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영국·스페인·그리스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과감한 부양 조치를 무위로 만들고 있다. ECB는 지난달 통화정책회의에서 세 가지 정책금리를 모두 인하하고 양적완화 규모도 확대하는 초강수를 뒀다. 하지만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수익만 악화시키고 있다는 은행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ECB가 3월 141개 유로존 은행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1%의 은행들은 ECB의 마이너스 예금금리 정책 때문에 순이자마진(NIM)은 줄었는데, 양적완화가 대출 확대에는 효과가 없다고 답했다. 부양조치가 효과를 내지 못 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브렉시트 불안감이다. 지난 17일 파이낸셜 타임스 설문에 따르면 영국이 EU에 남아야 한다는 응답률이 44%, EU를 탈퇴해야 한다는 응답률이 42%를 기록해 국민투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해 9월만 해도 EU에 남아야 한다는 답변이 과반을 넘었으나 점점 떨어지고 있다.

EU 내에서 3위의 경제력을 지닌 영국이 만약 EU를 탈퇴한다면 EU는 근간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당장 프랑스의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 펜 대표는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삶이 더 나아진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고 프랑스에도 EU를 탈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르 펜은 내년 대선에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6개월 안에 프랑스의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구상을 세워두고 있다.

EU 4위 경제대국인 스페인도 흔들리고 있다. 스페인은 지난해 12월 총선을 치렀으나 양대 정당인 국민당과 사회노동당의 의석 수가 각각 64석, 20석 줄었다. 대신 창당 2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 정당 포데모스가 69석을 차지하며 원내 3당으로 떠올랐다. 양당 체제가 무너지고 다수당 체제가 돼 연정 구성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포데모스는 연정 참여를 거부, 선거를 다시 치러야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스페인이 시리자(급진좌파연합)가 부상하면서 걸핏 하면 조기총선을 치르고 있는 그리스와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 정국도 여전히 불안하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은 그리스에 조건부로 추가 긴축을 요구키로 합의했다. 그리스 의회가 추가 긴축 요구에 반발하면서 현 정부의 입지가 다시 흔들리고 또 총선을 치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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