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잃은 與…당권 경쟁 격랑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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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20대 총선에서 과반의석 확보는커녕 제1당 자리마저 빼앗긴 새누리당이 격랑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무성 대표가 총선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의 조기사퇴를 당권경쟁을 둘러싼 계파갈등의 신호탄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선거 참패의 모든 책임지고 오늘로 당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김태호 최고위원과 황진하 사무총장도 김 대표와 함께 사퇴의 뜻을 밝혔다. 당초 야권 분열이 이뤄진 일여다야(一與多野) 상황에서 무난하리라 전망됐던 선거에 참패하면서 새누리당은 총선 패배 책임과 당권 재배치를 두고 계파별 치열한 암투에 들어갈 전망이다.

김 대표의 조기 사퇴로 6월로 예정되어 있던 전당대회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열리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이번 당 대표는 총선 패배 책임론은 물론 내년 대선을 관장하기 때문에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은 자중하며 관망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비박에서는 김 대표를 이어 당 대표를 할 뽀족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 고민이다. 정치권에서는 비박 당 대표 주자로 김정훈 정책위의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이 현실화 될 경우 친박들의 강력한 반대가 있겠지만 대구 동구을의 유승민 의원도 강력한 비박 당권 주자로 꼽히고 있다. 친박에서는 최경환ㆍ원유철 등 당 대표직에 나설 주자가 많지만, 비박의 반대와 전면에 나설 명분이 없다는 것이 고민거리다. 이번 총선 패배가 공천갈등에서 시작된 만큼 전당대회서 '친박 책임론'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계파색이 옅은 이주영 의원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역 공천배제(컷오프)로 탈당한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 여부도 골칫거리다. 개표결과 유승민 의원과 인천 남구을의 친박핵심 윤상현 의원 등이 친여권계 무소속이 대거 당선됐다. 이들은 복당을 희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내 1당과 국회의장 자리를 찾기 위해서라도 이들의 복당은 시급한 문제이다.

유 의원의 경우 친박에서 복당을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친박은 유 의원의 복당을 김 대표의 사퇴로 앞당겨지는 전당대회 이후에 새로 구성되는 지도부에서 논의하자는 주장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자연히 윤 의원 등 다른 무소속 당선자의 조기 복당도 명분이 사라진다. 현재 무소속 당선자 11명 중 4명이 야당 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원내 1당 회복과 국회의장직 사수를 위해서는 나머지 7명중 6명 이상이 복당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생각보다 쉽게 무소속 당선자의 복당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하는 시각도 있다.

이같이 당내 지루한 신경전이 이어지면서 임기 말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과 맞물린다면 신임 여당 지도부와 청와대의 공조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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