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안먹는 한국인]하루 두 공기도 안먹는다…소비량 반토막(종합)

1인당 연간 쌀 소비량 62.9kg…전년비 3.4% 감소
곳간마다 넘쳐나는 쌀에 가격 하락폭도 점차 확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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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 한국인들의 쌀 소비량이 빠르게 줄고 있다. 연간 소비량이 60kg 정도로, 하루 기준 공기밥 2개도 안되는 수준이다. 30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1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전년 대비 3.4% 감소한 62.9kg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비 3.4% 감소한 수치로, 30년 전 소비량(128.1kg)의 반토막이다. 소비 하락 속도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소비감소율(2.4%)을 크게 웃돈다. 이 같은 수치를 기준으로 환산한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172.4g. 밥 1공기에 필요한 쌀이 평균 100g이라고 하면 하루에 공기밥(200g) 2개를 채 먹지 않는 셈이다.

소비량 감소로 산지 유통업체 쌀 재고량도 증가했다. KREI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산지유통업체 재고량은 전년 동기대비 9.3% 늘어난 121만5000t이다. 지난 2월말 농협 재고량은 109만5000t으로, 전년비 7.8% 증가했다. 민간미곡종합처리장(RPC) 재고량도 전년비 24.9% 늘어난 12만t에 달했다. 쌀 수입 확대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쌀 의무 수입량은 1995년 5만1000t에서 2014년 40만9000t으로 8배나 뛰었다.

문제는 재고량이 계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내 쌀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조건으로 일정한 양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쌀 관세화 유예' 대가로 국내 쌀 의무수입량은 1995년 5만1000t에서 2014년 40만9000t으로 급증했다. 쌀 소비량은 줄어들고 의무수입량은 증가하면서 재고쌀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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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쌀 소비량은 줄고 공급량은 늘다보니 쌀값도 갈수록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달 15일 전국 평균 산지 쌀 가격은 20kg당 3만6163원으로, 이는 전년비 10% 하락한 수준이다. 수확기와 비교했을 때는 4.9% 떨어졌다. 이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밥 한 공기 만드는 데 드는 쌀값은 180원 정도다. 자판기(400원) 커피 값의 절반도 안되는 셈이다.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도 벼 재배면적을 줄이는 등 극약처방을 내놓고 있다. 적정생산유도를 위한 정부의 올해 벼 재배 목표 면적은 작년보다 4%가량 감소한 76만9000ha다. 해외원조, 대북지원 등 재고쌀 활용 방안도 다양하게 내놨다. 그러나 결과는 역부족이다. 정부는 지난 2월 15만7000t에 대한 추가 시장격리까지 발표했지만 산지 쌀값은 반등 없이 전년보다 낮은 수준에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쌀 가격 하락은 농가 소득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0a당 농가의 총수입은 99만3903원으로 전년보다 6.1%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10a당 순수익은 30만2034원으로 전년대비 10.3% 하락했다. 쌀값 하락 탓이다. 농가판매가격지수(2010년=100)는 2014년 120.4에서 지난해 112.7로 6.4%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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