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없이 구속' 전투경찰 영창 '찜찜한 합헌'

위헌 5명, 합헌 4명으로 우려 더 많아…위헌 정족수 6명 채우지 못해 합헌 결정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영장 없이도 인신 구속이 가능한 옛 전투경찰대 영장 처분은 '합헌'으로 정리됐지만, 위헌을 주장한 헌법재판관이 더 많았다.

헌법재판소는 전투경찰대 설치법 제5조 1항과 2항의 '전투경찰순경에 대한 영창' 부분에 대해 재판관 4(합헌) 대 5(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제5조 1항은 '전투경찰대의 대원 중 경사·경장 또는 순경(전투경찰순경을 포함한다)에 대한 징계는 파면·해임·정직·감봉·견책·영창 및 근신(謹愼)으로 한다'고 돼 있다.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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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씨 등 2명은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단에 근무하던 2012년 9월 휴대전화를 반입했다가 적발돼 영창 5일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들은 징계처분에 불복해 소청심사를 제기한 후, 영창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박한철, 김창종,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대간첩작전 또는 치안유지와 같이 전투경찰대가 수행하는 국가적 기능의 중요성과 일사불란한 지휘권 체제 확립의 필요성 등을 고려했을 때, 전투경찰순경의 복무기강을 엄정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안창호, 강일원 재판관은 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구속이 형사절차에 의한 것이든, 행정절차에 의한 것이든 신체의 자유를 제한당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 재판관은 "외국의 입법례와 비교하더라도, 법관이 전혀 관여할 여지가 없는 징계로서의 영창처분은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불합리한 제도"라면서 위헌 의견을 냈다.

결과적으로 위헌을 주장한 재판관이 5명, 합헌을 주장한 재판관은 4명으로 위헌 주장이 더 많았다. 하지만 위헌 정족수인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에 이르지 못하면서 '합헌'으로 정리됐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대해 "전투경찰순경에 대한 징계로 일정기간 인신구금을 내용으로 하는 영창을 규정한 조항이 적법절차원칙과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취지"라면서 "위헌의견이 다수이나 위헌결정을 위한 심판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해 영창조항에 대한 합헌결정이 선고됐다"고 설명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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