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기업집단 지정, 현실에 맞게 고쳐야

공정거래위원회가 어제 신규 여섯 개 등 총 65개 기업집단을 '상호출자ㆍ채무보증 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카카오와 바이오제약업체인 셀트리온이 대기업 반열에 올랐고, 닭고기 가공업체 하림도 농업기업으로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 기업으로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막상 이들 기업들은 앞으로 받을 규제를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규제가 신규로 대기업집단이 된 이들 기업의 성장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제도를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마다 4월1일을 기준으로 자산 5조원 이상인 기업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카카오는 지난 1월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자산이 5조1000억원으로 불어나서, 셀트리온은 보유한 주식값이 올라 자산이 5조9000억원으로 급증하면서 이번에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하림은 지난해 팬오션을 인수해 자산가치가 9조9000억원으로 커져 새로 포함됐다. 입지전의 성공신화를 쓴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과 김홍국 하림 회장도 '대기업 총수'란 타이틀을 얻게 됐으니 기분이 좋을 만하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기업 진입으로 새로 적용받게 될 규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집단이 되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신규 순환출자, 채무보증이 금지된다. 소속 금융ㆍ보험사가 갖고 있는 계열사 주식 의결권도 제한된다. 지나친 경제력 집중을 막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유도하려는 취지의 규제들이다. 문제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획일적 잣대다. 예컨대 카카오와 자산규모가 70배가 넘는 삼성(348조원)이 똑같이 규제를 받는다. 자산 상위 기업에 대한 규제 효과는 적은 반면 자산이 적은 기업은 과잉 규제를 받는 측면이 있다.

카카오는 예비인가를 받은 인터넷은행 '카카오 뱅크'를 하반기에 출범시킬 예정이지만 은산분리 규제가 복병이다.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의 은행주식 보유한도를 4%로 제한하고 있다. 대기업그룹지정으로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셀트리온이나 하림의 처지도 비슷하다. 이들은 일감 몰아주기, 채무보증 등의 규제가 발등에 떨어졌다.

경제가 성장하면 기업 자산규모는 커지게 마련인데 공정위 기준은 2008년 이후 8년째 그대로다. 시대흐름과 기업환경에 맞게 자산기준을 크게 올리고 자산 외에 매출액 등으로 기준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업종의 특성에 따라 기준을 차별화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하다. 공정위는 규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경제 현실의 변화에 맞춰 적시에 제도를 고치는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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