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백 경제학①
송혜교 에코백. 사진=KBS2 '태양의 후예'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날씨가 따듯해지면 거리에 에코백을 멘 사람들이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한다. 손잡이가 달린 캔버스 소재의 가방으로 대표되는 에코백은 가벼운 스타일로 수년 전부터 인기있는 패션아이템이 됐다. 고가의 명품브랜드 에코백이 인기를 끄는가 하면 본래 취지를 벗어난 무늬만 '에코백'도 등장했다.
◆'완판이지 말입니다' 에코백 열기=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여심을 흔드는 건 송중기만이 아니다. 이른바 '송혜교 에코백'은 148000원이라는 에코백 치고는 상당히 고가임에도 연일 완판 행진 중이다.'에코백(Eco bag)'은 일반적으로 인조피혁과 화학처리 등 가공을 하지않고 천연 면이나 컨버스 천 등 생분해성 재료로 제작되는 친환경 천가방을 말한다. 재활용 옷감이나 남는 자투리 천을 누벼 리사이클하는 가방을 말하기도 한다.
에코백이 본격적으로 패션 아이템이 된 건 영국의 디자이너 아냐 힌드마치가 2007년 흰색 천가방에 'I'm Not Plastic Bag'이라고 새겨 판매하면서 시작됐다. 유명 디자이너의 제품이 5파운드(1만원)에 나오자 사람들은 열광했고, '에코백' 붐이 일기 시작했다.
에코백은 패션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개씩은 소장하고 있을 만큼 한국에서도 수년 전부터 꾸준히 유행하고 있는 아이템이다. 특히 공효진, 이효리 등 연예인들이 메고 나오면서 윤리적인 소비자 이미지에 패션센스도 넘치는 사람으로 보이는 상품이 됐다.
그림=오성수
◆공짜부터 수십만원 '명품'까지=20일 봄 신상들이 가득한 패션거리 명동에는 '에코백'들이 넘쳐났다. 사은품으로 얻을 수 있는 에코백부터 명품브랜드의 백까지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직장인 박모(27)씨는 사은품으로 받은 유니클로 에코백을 유용하게 사용했다. 그는 "재질도 튼튼하고 깔끔한 스타일도 마음에 들어 자주 사용한다"고 말했다. SPA 브랜드 유니클로에서는 신규매장 오픈시 일정금액을 산 고객을 대상으로 에코백을 사은품으로 제공했다.
에코백은 시중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명동 길거리를 비롯해 편집숍들에 가면 에코백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인터넷 검색창에 에코백을 치면 수천 개의 상품이 검색된다. 색, 모양이 가지각색이다. 평균 1만원~3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고가의 에코백은 수십만원을 호가한다. 에코백 매니아들 사이에서 인기인 마가렛 호웰 에코백은 평균 10만원대, 프랑스 브랜드 아페세(A.P.C)의 에코백은 16만원대, 스웨덴 브랜드 아크네의 에코백은 39만원대, 제이에스티나 송혜교 에코백 14만원대. 하지만 고가의 가격에도 인기는 상당하다. 제이에스티나의 송혜교 에코백의 경우 1차 예약판매가 끝났다. 전국적으로 품절이다. 지금 주문해도 4월10일 이후에 받아 볼 수 있다.
매장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25)씨는 "에코백은 취지도 좋지만 하나의 패션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브랜드 짝퉁 에코백들도 인터넷에 많다, 수백만원 하는 것도 아닌데 짝퉁을 메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균관대 소비자가족학과 정재은 교수는 "명품브랜드들의 가격이 비싼 것은 원자재나 기능성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브랜드가 가진 지위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정 교수는 "품질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데도 브랜드 에코백을 사는 것은 일종의 허영심이 반영된 것"이라며 "기존의 망설여졌던 고가가방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으면서 '의식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까지 더해지게 돼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스타일만 '에코백', 본래 취지 변질도= 요즘 에코백은 본래의 취지인 '친환경'보다 에코백 모양이나 소재 자체가 하나의 패션아이템이 되면서 진정한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에코백은 1990년대 일회용 비닐봉지(plastic bag)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로 처음 시작됐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한 번 물건을 담고 버리는 비닐봉지 대신 재사용이 가능한 소재로 만든 장바구니를 쓰자는 의도였다. 환경과 생태를 중시하는 것이다. 이름에 환경친화성을 강조하는 ‘에코(eco)’가 붙은 이유다.
백화점 매장에서 에코백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자 직원은 "다른 에코백과 달리 모양이 잡혀있다"며 "멨을 때도 딱 적당한 사이즈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에코백 본래의 취지인 환경친화적이라는 설명은 없었다. 같은 가방의 공식인터넷쇼핑몰 상세설명엔 '캔버스 원단과 양가죽을 콤비로 사용한 트렌디한 데일리 가방'이라는 설명만 있을 뿐 왜 '에코백'인지에 대한 정보는 찾기 힘들었다.
시중에서 점원이 에코백이라며 보여준 가방들 역시 어떤 원료로, 어떻게 만들어졌는 지 표시가 잘 안 돼있었다. 한 브랜드의 가방은 합성피혁 소재를 사용하면서 '에코백'이라 이름을 붙였다. 스타일이 에코백이라는 이유에서다.
책 '심플라이프 에코백'의 저자이자 디자이너인 김안나씨는 "사실 가장 에코백 취지에 맞는 것은 버려지는 것을 재사용해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투리 천이나 버려지는 소재로 에코백을 만든다.
이어 그는 "우리도 양가죽을 사용한다. 하지만 버려진 재료로 만드는 것"이라며 "명품브랜드에서 캔버스나 린넨 소재를 사용해서 만드는 것도 에코백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장식을 위해 양가죽을 더하고 화려한 프린트를 하는 것이 에코백 취지에 맞는 지 의문이다"라고 밝혔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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