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난민' 매섭게 심판당한 메르켈

독일 지방선거서 집권당 후퇴·극우파 득세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난민정책에 대한 독일 국민들의 반감이 컸던 것일까. 지방선거에서 '반(反) 난민'을 외치는 극우당이 득세했다. 터키와의 난민 송환 협상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메르켈 총리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독일 3개 주(州)에서 13일(현지시간) 열린 주의회 선거 결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ㆍ기민당)이 후퇴한 대신 반
난민 정서를 앞세운 극우정당의 지지율이 높아졌다. 이날 공영 ZDF TV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1072만명이 거주하는 독일 내 3위의 인구주인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 항상 1당 지위를 누렸던 기민당의 득표율이 27.5%를 기록, 녹색당(32.5%)에게 다수당 자리를 처음으로 내줬다.

5년 전인 2011년에 기민당이 39.0%, 녹색당이 24.2%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결과다. 반면 반 난민 여론에 힘입어 극우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12.5%의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 원내 진입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존 3위 정당이자 기민당의 대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SPDㆍ사민당)과 3당의 지위를 놓고 다투는 상황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401만명 인구가 거주하는 라인란트팔츠주에선 사민당과 기민당이 각각 37.5%, 33.0%를 얻어 나란히 1,2등을 차지했지만, AFD도 10.0%를 기록하며 3당 지위에 올랐다. 224만명 인구의 작센안할트주에서는 기민당이 30.5%를 기록했으며, AFD가 21.5%로 2당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AFD가 2013년 2월 출범한 이래 역대 선거에서 기록한 최고 득표율일 뿐만 아니라, 세계 2차대전 이후 극우정당이 기록한 최고 득표율이기도 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선거에서 득표율 외에 주목해야 할 지표로 투표율을 꼽았다. AFD의 투표 독려로 부동층이 움직이면서 바덴뷔르템베르크의 투표율은 72%를 기록했다. 이는 평소의 투표율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난민 사태가 독일 사회를 얼마나 크게 흔들어놨는지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이번 주 의회 선거는 메르켈 총리가 주도하는 대연정 정부의 난민정책에 대한 심판적 성격이 강하다. 난민 반대를 외치던 AFD의 득표율이 각 주의 2~3당 수준까지 높아졌다는 것은 난민통제 강화를 희망하는 민심이 투영된 결과다. 프라우케 페트리 AFD 공동대표는 "이런 선거 결과가 나온 것은, 우리 사회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독일 유력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자이퉁 역시 이번 선거결과로 인해 메르켈 총리의 권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이 메르켈 총리에게 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