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우승·팀 최다연승 이끈 '최태웅 어록' 결정판


[안산=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수어지교(水魚之交)'.

최태웅(40)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감독은 25일 정규리그 우승이 걸린 OK저축은행과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주문했다. '물고기가 물과 긴밀한 관계로 얽혀 있음'을 뜻하는 사자성어로 선수단에 "경기를 즐기라"고 당부했다. 그가 지칭한 물은 '배구 코트', 물고기는 '선수'다. 코트를 가장 편한 무대로 삼아 마음껏 경기하라는 독려였다. 현대캐피탈 선수단은 최 감독의 지침에 화답했다. 이날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OK저축은행에 세트스코어 3-0(25-20 25-16 25-22)으로 이겨 우승을 확정했다. 이 승리로 26승8패(승점 75)를 기록하며 2위 OK저축은행(승점 68)과 격차를 7점으로 벌렸다. 남은 두 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이 모두 패하더라도 OK저축은행이 얻을 수 있는 최대승점이 74점이라 순위가 바뀌지 않는다. 2008~2009시즌 이후 7년 만에 정규리그를 제패했다.

팀 통산 최다연승 기록도 경신했다. 지난달 2일 우리카드와의 원정경기(3-0 승)부터 최근 열여섯 경기를 모두 따내며 2005~2006시즌 달성한 15연승을 넘어섰다. 한 팀이 단일시즌에 거둔 최다연승 기록이다.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이기면 삼성화재가 2005~2006, 2006~2007 두 시즌에 걸쳐 작성한 V리그 역대 최다 연승인 17연승마저 돌파한다.


최 감독은 올 시즌 현역은퇴와 함께 곧바로 사령탑에 올라 V리그 최초로 데뷔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일궈냈다. 역대 최연소다. 코치 경험도 없었으나 초보 지도자답지 않은 침착함으로 선수단에 동기를 부여했다. 특히 경기 전이나 작전타임 때 짧게 던지는 한 마디가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수어지교'는 우승을 앞두고 선수들이 자칫 흥분해 경기력이 흔들릴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주문사항이다. 그는 "(선수들이) 훈련 때 조금 들뜬 모습을 보이더라. 차분하게 가라앉힐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항 속 작은 물고기들이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모습을 만드는 것처럼 특정 선수가 아닌 코트에 선 모두가 역할 분담을 해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1세트 중반에는 경기 주도권이 OK저축은행으로 넘어가는 흐름이 보이자 지체 없이 작전타임을 요청하고 한 마디를 던졌다. "이런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 너희들의 힘으로 한 번 극복해봐라." 이 승부수가 효과를 냈다. 현대캐피탈은 곧바로 분위기를 반전해 물 만난 고기처럼 상대를 흔들었다. 위치를 가리지 않는 빠른 공격과 허를 찌르는 목적타 서브로 공략했다. OK저축은행이 범실을 스물여섯 개 기록하며 무너진 반면 현대캐피탈의 실책은 열두 개에 그쳤다. 경기가 의도대로 풀리자 선수단은 코트에서 더욱 신바람을 냈다.

최 감독은 "라커룸에서는 선수단을 독려할 멘트를 미리 준비하지만 작전타임 때는 상황에 맞게 즉흥적으로 주문을 한다"면서 "선수들한테 자극을 주고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라고 했다. 그의 전략은 다음달 18일부터 시작하는 챔피언결정전까지 겨냥한다. 현대캐피탈은 2006~2007시즌 이후 9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노린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김현민 사진기자 kimhyun8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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