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유목민]이익만 골라먹는 체리피커…'실속 vs 꼼수'

외출할 때 신용카드 3개 이상씩 소지…카드별로 제공하는 할인혜택 누려
20·30 젊은 층 평균카드 보유 수 5.3~5.6개
한 카드만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비중은 70%에 불과
카드사별 혜택 누리기 위해 다양한 카드 돌아가면서 쓰기 때문
카드사에게는 꼼수·얌체, 소비자들에게는 실속 '체리피커'
업체 "사용실적 대비 혜택이 과한 카드는 없애야" 주장도

일러스트=오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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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직장인 강모씨는 지난 주말 대형마트에서 육아용품 등을 구매하고 5만원 이상 구매시 10% 할인되는 C카드로 결제했다. 덕분에 존슨즈베이비로션의 경우 1+1 프로모션에다가 카드할인까지 받자 개당 8000원에 파는 온라인 최저가와 비슷한 가격에 구매했다. 장을 본 다음에는 커피전문점에 들러서 S카드로 아메리카노 2잔과 요거트스무디를 구매했다. 1만3000원을 지출해야했지만 20% 카드할인을 받아 1만400원만 결제했다.

늦은 오후에는 교보문고에 들러 아동용 퍼즐맞추기 책 등 수권을 샀다. 2만1000원이 나왔지만 K카드로 5% 할인을 받아 1만9950원에 구매했다. 저녁에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에서 스테이크 등 메인메뉴 3개를 시켜 먹었다. 6만4500원이 나왔지만 H카드로 30% 할인을 받아 4만5150원만 결제했다. 이날 하루동안 강씨가 카드할인을 통해 받은 금액은 총 2만8000원. 강씨는 "카드마다 할인되는 품목이 다르기 때문에 외출할 때면 항상 신용카드를 3장 이상씩 가지고 다닌다"며 "단 전월실적이 어느 정도 있어야하기 때문에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카드별로 얼마씩 썼는지도 꼼꼼히 체크하면서 사용한다"고 말했다.

카드혜택에 맞춰서 소비하는 이들은 비단 강씨 뿐만이 아니다. 젊은 세대일수록 이같은 소비행태는 더욱 짙은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신용정보회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자료 등을 보면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를 가장 많이 보유한 층은 20대였다. 20대는 평균 카드 5.6장을 보유했으며 30대에는 5.3장, 40대는 4.6장이었다. 60대는 3.5장의 카드를 보유해 젊은 층으로 갈수록 다양한 카드를 갖고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20~30대들은 금액을 결제할 때, 한 가지 종류의 카드만 집중적으로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이 한 종류의 카드만 쓰는 비중은 72%였다. 카드별 혜택에 따라 결제수단을 달리한다는 얘기다. 반면 60대들은 81%가 한 가지 종류의 카드만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보였다.

그렇다면 젊은 세대들은 왜 결제할 때 이 카드, 저 카드 따로따로 결제할까. 강씨의 경우처럼 대형마트, 커피전문점, 놀이시설, 영화관 등 장소에 따라 할인받을 수 있는 카드가 다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들은 똑같은 브랜드가 할인되는 카드라고 해도 10% 할인인지, 20% 할인인지 할인폭까지 꼼꼼히 따진다.

이렇게 신용카드사들이 제공하는 부가적인 혜택만 쏙쏙 챙기는 '체리피커'들로 카드사들은 고심이다. 소비자들에게는 '실속'일 수 있겠지만 카드사에게는 '꼼수'를 부리는 고객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카드사용 독려를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였는데 전월실적만 겨우 맞추며 혜택은 모두 가져가려는 체리피커들로 적자까지 낸 곳도 있다. 쇼핑·외식할인에 주력했던 롯데DC슈프림카드는 대형마트 10% 할인, 약국·병원·커피점 할인 등을 내세웠지만 결국 66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상황이 이렇자 혜택이 많은 신용카드는 없애야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지난해 하나·외환은행 직원들을 대상으로 열린 행사장에서 "외환 2X카드처럼 적자가 나는 상품은 없애야 한다"고 언급했다. 파격할인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더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나온 말이었다. 2X카드는 6개월 이상 연속사용 시 할인율 및 할인한도를 2배 추가해주는 상품으로 커피점에서 최대 50%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체리피커들은 혜택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카드가 나오면 언제든지 갈아타기 때문에 카드사 입장에서는 고객을 장기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며 "사용실적은 크지 않으면서 서비스만 누리는 일부 체리피커 때문에 기존 혜택들을 그대로 유지해야하나 고민"이라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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