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바탕에 글자 사라진 與 백보드…그 의미는?

조동원 본부장 "다투더라도 마음만은 하나라는 점 기억해야"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22일 국회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장에 설치된 백보드에는 붉은 바탕에 아무런 글자도 적히지 않았다. 직전까지 '경제를 살리는 개혁, 미래를 구하는 개혁'이라는 슬로건이 적혀져 있었지만 이날은 지워진 것이다. 홍보효과가 높은 백보드가 공백 상태로 놓인 것은 새누리당이 만들어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백보드 공백을 결정한 인물은 조동원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이다. 조 본부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메시지 없는 것도 메시지입니다. 하나가 될 때까지"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기자와의 통화에서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백보드 공백에는 여러 의미가 담겼다는 게 당내 평가다. 당헌에 명시된 우선공천을 확대하겠다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에 대한 불만이 대표적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백보드 공백'과 관련해 "정치 개혁을 하기 위해 국민공천제를 확정한 바가 있는데, 지금 공관위가 하는 게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아마 개혁이란 말을 쓰기가 부끄러웠던 모양"이라고 이 위원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조 본부장은 "선거를 앞두고 당이 갈등을 겪는 것은 숙명"이라면서도 "다툼을 하더라도 결국은 모두가 마음만은 하나라는 점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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