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포럼]해양 분야 원천기술, 시장과 연결하려면

고진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고진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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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과 해양구조물은 항상 수많은 해양생명체와 접촉한다. 바다에 떠 있거나 바다와 24시간 맞물려 있기 때문에 해양생명체와 상관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해양생물체가 문제를 일으키는 사례가 많다. 특히 점질, 조류, 따개비 등 각종 수중생물이 선체에 달라붙을 경우 마찰저항을 높여 운항효율을 방해할 수 있다. 이를 막아주는 것이 바로 코팅제인 방오도료다.

이 방오도료와 관련해 2000년 도료 제품에 대한 사전 성능 검증 및 엄격한 도장 관리를 규정하는 보호도장 성능기준에 관한 법률이 국제해사기구(IMO)에 의해 발효됐다. 이는 선체의 해양생물 부착을 막기 위한 방오도료 물질인 TBT(Tri-Butyl Tin), 아산화동(Cu2O) 및 각종 유기방오제의 독성에 의한 해양 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해 조치였다. 이로 인해 기존에 사용되던 방오도료 화학물질의 감축 및 대체가 불가피해졌고 연구개발 방향 역시 변화되기 시작했다. 세계 선박 도료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8%의 성장률을 보이며 2018년에는 62억7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시장도 연평균 8% 성장률을 보이며 성장세가 예상된다. 그러나 이 시장은 일부 메이저 기업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과점구조이며 조선산업 침체로 인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해외기업에 대비한 우리의 기술경쟁력 강화가 무엇보다 요구되는 시점인 것이다.

이 시장에서 최근 신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방오용 친환경 양친매성 소재기술은 표면 개질된 입자, 소수성 또는 친수성 입자, 코어쉘 등 입자 관련 기술과 양친매성 폴리머 및 하이드로젤 관련 기술로 나뉜다.

이 중 양친매성 관련 기술 분야에서는 국내 연구진도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양친매성이란 친수성과 소수성을 동시에 보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보유하고 있는 양친매성 나노입자 방오도료 기술은 기존 양친매성 방오도료 관련 특허에 언급되어 있지 않은 새로운 개념의 방오도료에 관한 것으로 기존 기술과 명확히 차별된다. 즉 방오 및 방부식 기능을 동시에 갖는 나노 입자 그리고 이 나노 입자를 포함하고 용제와 혼합되는 하이드로젤은 독창적인 형태와 우수한 성능을 보이고 있다.우리가 보유한 이 기술은 유해물질(Biocide)을 포함하지 않는 친환경 방오도료 및 무용제형 방오도료 중심의 최근 기술개발 방향과도 잘 부합된다. 추가 기술개발과 실증테스트를 통해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고, 관련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면 우리 보유기술의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기술사업화에 있어서는 진척이 있었다. 지난해 11월 국내 토종기업인 강남제비스코(주)와 상호 연구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맺고 올해 실용화 기술 개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향후 2~3년간의 실용화 기술 개발을 통해 2018년 해당 기술을 상품화해 시장에 진입하고 향후 5년간 적극적인 마케팅, 판매, 그리고 추가 기술 개발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3년 세계 시장 점유율 5%(4억6000만달러)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렇게 될 경우 매년 5000억원의 수입 혹은 수출 대체 효과가 있고, 침체된 국내 조선 산업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으며, 새로운 5000여개의 일자리도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양친매성 나노입자 방오도료 기술은 조선 산업은 물론 국방, 건축 등 다른 산업으로의 파급효과가 큰 원천기술로 성공적인 개발 시 우리나라의 대표 효자 기술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수년간의 실험실 및 실해역 성능 검증은 물론 실선 적용 검증이 필요하다. 따라서 근시안적 투자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실제로 효자 노릇을 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투자가 절실하다.

고진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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