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점유율 규제 완화하되 결합서비스 제한해야"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가 2월16일 전국은행연합회에서 개최한 '글로벌 융합 환경 하에서의 방송통신 산업 발전방향 모색'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심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동등결합 조건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정윤식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 주최로 16일 오후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진행된 '글로벌 융합 환경 하에서의 방송통신 산업 발전방향 모색' 세미나에서 "유료방송은 현행 시장 점유율 규제를 완화하되 결합서비스를 제한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정 교수는 "결합서비스 제도를 존속할 경우에는 케이블TV 사업자도 통신 서비스를 포함한 결합 서비스를 할 수 있거나 동등할인과 같은 공정경쟁 조건이 부과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케이블TV 방송사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사업자의 이동통신서비스와 묶어 동일한 조건으로 결합 상품을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일부에서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할 경우 양사가 결합상품을 통해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 교수의 주장은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뿐 아니라 다른 케이블방송사와 동일한 조건으로 결합상품을 제공하라는 조건을 부과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신 SK텔레콤의 점유율 규제(현행 유료방송 시장의 33%)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독일식(전체 방송 시간 점유율 30%)으로 전환하거나 영국식으로 수평적 규제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미디어 융합, 글로벌 시대에 방송통신산업이 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러시아, 동유럽과 같은 신생시장을 개척해야 하며 중국, 베트남과 함께 'ICT와 방송의 신북방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발제자로 나온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국내 방송 콘텐츠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거대 미디어 기업의 탄생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며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다.

주 교수는 "방송 콘텐츠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개입을 줄이고 사업자들의 자유로운 콘텐츠 서비스 제공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며 "거대 사업자들이 콘텐츠 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 형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 교수는 "우리나라 방송 콘텐츠 시장은 매우 협소하고, 사업자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구조"라며 "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사업자의 육성이 필요하고 미디어 사업자자간 M&A 등이 활발하게 전개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영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케이블 사업자의 시장 퇴출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에 대한 심사는 경쟁 제한성 여부와 방송법상 공익성을 구성하는 다양한 하위 개념들, 중립성, 다원성, 지역성, 접근권, 공정 경쟁, 시청자 권익 보호 등을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교수는 "경쟁 활성화를 위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규제 기준의 개정, 케이블의 경쟁력 강화 방안, 결합할인율, 무선 인터넷 경쟁 정책 등을 검토해야 하고, 공익성 제고를 위해 시장 실패가 일어나고 있는 지역콘텐츠 제작 활성화 방안, 보편적 서비스 확대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권남훈 건국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과 방송사업자인 CJ헬로비전의 합병은 1990년대 이후 지속된 방통융합의 추세가 정점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통신과 방송을 여전히 대결적 구도로 인식하는 접근보다는 합병이 플랫폼화, 스마트 미디어화, 사물인터넷(IoT) 의 확산 등 미래 정보통신기술(ICT) 추세에 대비한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인지를 논의하는 편이 더 생산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