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수행원에 의지한 조석래 회장…법원 떠날 때까지 침묵만

실형 선고받자 법정에 있던 효성 임직원들 표정 어두워져
조석래 효성 회장이 15일 1심 선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지방법원으로 들어오고 있다.

조석래 효성 회장이 15일 1심 선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지방법원으로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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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1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 팔순의 조석래 회장은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판사가 "피고인 조석래 회장에게 징역 3년, 벌금 1365억원을 선고하겠다"고 말하자 법정에 있던 수십명의 효성 임직원들의 얼굴이 일순간 어두워졌다. "혹시나 기대를 했었는데"라는 애석한 표정이었다. "아직 항소가 남아있지 않느냐"며 애써 담담한 모습도 보였다.

조 회장은 이날 오후 1시 40분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내면서부터 취재진들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마스크도 법정에 들어오기 직전에야 벗었다. 지팡이와 수행원들에게 몸을 의지했지만 다리는 절뚝였다. 조 회장이 쓴 금이 간 안경이 그의 심경을 대변해주는 듯 했다. 공판 시간 전부터 법정에 와있던 효성 직원들은 "무엇보다 회장님 건강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피고인 석에 나란히 앉은 장남 조현준(48) 사장도 공판 내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조 사장은 법인카드를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의 선고를 받는 동안 그는 두손을 모으고 침묵을 지켰다.

이날 재판부는 조 회장에게 분식회계, 탈세, 횡령 유죄를 인정해 징역 3년, 벌금 1365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만 조석래 회장에 대해서는 고령에 건강상태를 고려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조 회장 측에서 항소를 할 경우 조 회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영업이익 1조원 클럽 발표를 목전에 둔 효성으로선 오너의 경영공백은 찬물을 끼얹는 것과 다름없다. 효성은 재판 후 즉시 "IMF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일이고 개인이 사적 이익을 추구한 사안이 아님이 밝혀졌음에도 무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실형이 선고되어 안타깝다"며 "추후 항소심에서 적극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후 3시 공판이 끝난 후 조 회장은 수많은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법원을 천천히 걸어 나왔다. 1층 로비의 TV에서 '조석래 회장 실형 선고'라는 속보를 앵커가 긴급 보도 하고 있었지만, 그는 시선 한번 돌리지 않고 바로 자동차에 몸을 실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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