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노조 "노동자 시한부 계약직만든 입법 중단해야"

▲11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롯데면세점 노동자들이 면세사업권 박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1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롯데면세점 노동자들이 면세사업권 박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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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김해에서 근무하다 재승인이 불허돼서 부산으로 갔습니다. 그러다 제작년 11월에 월드타워점간다고 두 아들 데리고 서울 올라왔는데…한자리에서 머물러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

11일 오전 9시 30분 국회의사당 앞. 월드타워(제2롯데월드)면세점 직원인 서영희(47)씨가 눈물을 글썽이며 이 같이 말했다. 서씨와 같이 하루 아침에 고용 불안에 빠진 노동자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와 정치권의 졸속입법을 규탄했다. 문근숙 롯데면세점 노동조합위원장은 이날 면세사업권 박탈에 따른 규탄 기자회견에서 "쪼개기 면세 특허와 대못 허가권으로 면세사업 전반에 위기가 오고 있다"며 "면세점 사업을 세계 1위로 만든 노동 당사자의 의견을 한마디도 듣지 않은 채 탁상·밀실 행정으로 사업을 박탈시키고 있는 국회와 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기존 10년에서 5년으로 (기한을)줄인 개정안은 또 다른 재벌에게 사업권만 줬으며 안정적으로 일하고 있던 여성 노동자들을 시한부 계약직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면세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임에도 안정적으로 운영해오던 사업권을 박탈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지 못한다"며 "노동자 생존권을 감안하지 않은 근시안적인 관광정책은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면세점 사업권 박탈로 고용 상황이 불안해 진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11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롯데면세점 직원 황순재(31)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황씨는 1년의 계약직 기간을 거친 후 지난해 정직원이 됐지만 6개월만에 롯데타워 면세점이 사업권을 잃으면서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

▲11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롯데면세점 직원 황순재(31)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황씨는 1년의 계약직 기간을 거친 후 지난해 정직원이 됐지만 6개월만에 롯데타워 면세점이 사업권을 잃으면서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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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타워 면세점 직원인 황순재(31)씨는 "취업준비생 1년반·계약직 1년을 거쳐 지난해 정규직이 됐다"며 "평생 직장이라는 마음을 갖고 일을 시작했는데 정규직이 된 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이런 시련이 왔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폐점을 준비하면서 가장 두려운 것은 저희가 잉여인력이 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라며 "어렵게 계약직에서 벗어 났는데 청년 근로자에게 밝은 미래란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롯데면세점 직원들은 롯데가 고용을 승계하겠다고 밝혔지만 5년 단위 재승인이 계속되는 이상 이 같은 승계가 언제까지 될 지 모른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문근숙 노조 위원장은 "지금은 경영승계 이슈가 있지만 과연 5년이 지난 다음에 또 재승인이 불허됐을 때 고용을 승계한다는 보장이 있느냐"며 "5년 재승인이 계속될 수록 면세점 노동자들의 고용이 불안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정부의 5년 한시적 승인이 계속되면서 면세점 업종 전체의 노동 환경이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일부 인력업체로 간접고용을 하는 면세점 업체들의 노동 행태가 점차 업계 전체로 번져나갈 것이란 전망이다.

문 위원장은 "특히 일부 상품만 파는 브랜드 업체들의 직원들은 그 브랜드가 다른 면세점에서 쓰이지 않으면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될 수 밖에 없다"며 "점차 노동환경도 하향평준화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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