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의 달라진 화법…'차분·정밀·예리'

임원들 의표 찌르는 질문 이어가, 실적 나빴던 중공업 계열사에는 격려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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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화법이 달라졌다. 차분하면서 정밀하고 날카로워졌다. 의표를 찌르던 이건희 회장의 말투와 비슷해졌다는 평가다.

4~5일 이틀간 진행된 삼성그룹의 신년 임원 간담회 자리에서다. 이 부회장은 전자 계열사를 비롯해 건설ㆍ중공업 계열사, 금융 계열사들을 찾아 전무급 이상 임원들을 만났다. 이틀간 숨가쁜 일정이었다. 4일 오후 기흥사업장에서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과 삼성SDI, 삼성전기 임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후 수원 사업장으로 자리를 옮겨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과 IT모바일(IM) 부문, 삼성SDS 임원들을 만났다.

다음날(5일) 오전에는 서울 서초 사옥으로 출근해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 건설ㆍ중공업 계열사 임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후 중구 태평로 사옥으로 자리를 옮겨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금융 계열사 임원들을 만났다.

담회에 참석한 고위 임원은 "주로 사업과 관련한 얘기들이 오갔는데 분위기가 딱딱해지면 이재용 부회장이 일상적인 얘기를 꺼내면서 긴장감을 해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형식적이거나 상투적인 내용의 보고를 받을 때는 이 부회장이 의표를 찌르는 질문으로 임원들의 진땀을 빼기도 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삼성그룹은 매년 초 그룹 전체 임원들을 한자리에 불러 신년하례회를 개최해왔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2016년에는 계열사 전체 임원들과 편안한 자리를 갖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신년하례회가 마련되지 않았다. 대신 사업 연관성이 깊은 계열사 임원들이 함께 모여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이 부회장은 계열사들의 현안에 대해 깊은 관심과 식견을 보이면서도 송곳 질문을 이어갔다. 새해 사업계획을 질문한 뒤 답변 내용 중 허술한 부분을 끄집어내 다시 묻고 재차 확인하며 대화를 주도했다.

날카로운 질문만 쏟아낸 것은 아니었다. 별 말 없이 앉아 있는 임원들에게는 먼저 인사를 건네며 대화를 이끌어냈다.

계열사 고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질문 스타일이 이건희 회장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가졌다"며 "사업에 대한 이해가 높은데다 임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화두로 올려놓는 등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번 계열사 간담회에서는 한 자리마다 20여명이 넘는 임원들이 발언하며 이 부회장과 스킨십을 나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실적이 나빴던 중공업 계열사 임원들과의 간담회서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열심히 해달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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