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IT]120초 웹드라마, TV를 물먹이다

30대女 직장생활·연애 담은 웹드라마 '오구실'
편당 2분 짜리 누적 조회수 1000만 돌파
형식·장르 파괴 신선한 시도로 인기
72초TV·뭐랩 등 전문 제작업체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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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20대 직장인 A씨는 요즘 긴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웹드라마를 본다. 포털 메인에서 추천해 주는 드라마를 우연히 접한 후 좋아하는 장르나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를 찾아 본다. TV 드라마처럼 정해진 시간에 볼 필요없이 스마트폰으로 10분가량만 투자하면 한 편을 볼 수 있어 부담이 없다.

#지난해 10월 첫 방영된 웹드라마 '오구실'은 누적 조회 수 1000만뷰를 돌파했다. 오구실은 30대 여주인공 오구실의 직장생활, 연애담을 담아냈고, 2030 여성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편당 분량은 2분을 넘지 않고, 20분만 투자하면 8편을 모두 볼 수 있다.

모바일 콘텐츠 전성시대다. TV나 컴퓨터에서만 보던 드라마가 손 안에 들어오면서 웹드라마 시대가 열렸다. TV 콘텐츠 모바일 동영상시장에 '새 판'이 형성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웹드라마는 TV 대신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시청할 수 있는 드라마를 말한다. 언제 어디서나 자투리 시간에 부담 없이 시청할 수 있도록 10~15분 내외 짧은 분량으로 제작되는 것이 특징이다.

LTE 이동통신망 확충, 데이터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 등장, 커진 스마트폰 화면이 웹드라마를 비롯한 모바일 전용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기본 토대가 됐다.

시스코에 따르면 2012년 국내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 중 모바일 영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64%였다. 2017년에는 74%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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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콘텐츠, 독점 콘텐츠 찾아라= 모바일 동영상시장의 판이 커지기 시작한 것은 TV에는 위기, 모바일 플랫폼ㆍ영상 제작사들에는 기회다. 플랫폼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재미있는 콘텐츠, 독점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웹드라마는 10~30대를 타깃으로 삼기 때문에 TV드라마에 비해 소재가 신선하다. 웹툰을 원작으로 삼거나 랩처럼 대사를 읊조리는 '두여자' 처럼 장르의 형식을 파괴한 드라마도 눈에 띈다. 또 아이돌 스타를 비롯해 신인ㆍ조연급 배우들이 자주 등장한다.

모바일 콘텐츠 제작사들의 영입 경쟁도 치열하다. 메이크어스는 장진 감독, 방현주 전 아나운서를 영입했다. '1박2일'과 '안녕하세요'의 메인 작가인 문은애 작가는 뭐랩에 합류했다.

메이크어스와 72초TV, 뭐랩 등 모바일 시청자들을 타깃으로 웹 전용 콘텐츠만 제작하는 업체들도 등장했다. 72초TV는 두여자, 오구실, 72초 등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뭐랩은 모바일 전문 콘텐츠 업체인 '네오터치포인트'의 영상 프로덕션이며, 웹드라마 '내손남'과 웹예능 'f(x)=1㎝'를 만들었다.

모바일 콘텐츠 제작ㆍ유통을 맡고 있는 김경달 네오터치포인트 대표는 "모바일 콘텐츠시장에 뛰어든 플레이어들은 이용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콘텐츠로 기존 방송 사업자들이 혼란을 겪는 사이에 틈새를 공략했다"며 "독자생존보다는 협업과 파트너십을 통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어 "모바일 동영상은 포스트TV의 영역이며, 미디어는 접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콘텐츠ㆍ플랫폼 전략을 잘 짜야 한다"며 "콘텐츠를 만들 때 누구를 타깃으로 할 것인지, 어떤 플랫폼에 담을지를 고민하고 기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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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TV 시대가 열린다= 지상파나 유료방송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는 가구를 '제로TV 가구'라고 일컫는다. 제로TV 가구는 주로 1인 가구, 20대, 도시거주, 학생, 독신남성 등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TV 대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등으로 하는 가구가 2020년에는 3.6%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정지윤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대부분 플랫폼 사업자들이 지상파나 케이블 PP의 기존 콘텐츠에 의지하고 있고 차별화 포인트가 없는 상황"이라며 "웹드라마는 모바일 동영상의 차별화된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에 위기감을 느낀 기존 방송국들도 웹콘텐츠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tvN은 웹콘텐츠 전용 애플리케이션 'tvN go'를 내놨고, MBC나 SBS도 웹 전용 콘텐츠 조직을 꾸리고 있다. tvN의 웹예능 '신서유기'는 누적 조회 수 5000만뷰를 달성했다. 이 프로그램은 중국의 텐센트를 통해 중국에서도 방영 중이다. MBC가 처음으로 제작한 웹드라마 '퐁당퐁당 러브'는 방영 시작 한 달 만에 600만뷰를 돌파했다.

모바일 콘텐츠의 주 수입은 광고다. 영상 분량이 짧아도 직간접적 제작비용이 상당해 광고수입만으로 제작비용을 감당하기는 어렵다. 모바일 영상 콘텐츠의 핵심은 뚜렷한 타깃층, 신선한 콘텐츠다. 업체들은 제작비를 낮추기보다는 시장을 넓히는 전략을 택했다.

김경달 대표는 "현재는 광고 수익 배분이나 PPL, 브랜드 영상 제작으로 수익을 얻고 있지만 한 시즌 제작비를 충당하기는 어렵다"며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어서 투자유치와 영업을 병행해야겠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을 국내에 한정하지 않고 아시아 등으로 넓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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