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후보자가 구조개혁 강조한 까닭

"확장적 재정정책 카드 더 이상 활용 어려워…개혁으로 틀을 바꿔야"

"올해 총선은 불출마…좋은 후보 공천받길 바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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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최일권 기자] 새해 벽두부터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인사청문회 이후 그가 이끌 박근혜 정부 3기 경제팀의 가야할 길이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 3%대 성장을 목표로 삼았지만 경제연구기관은 새해 경제상황이 지난해보다 더욱 녹록치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특히 가계와 기업부채가 우리나라 경제를 더욱 옥죄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1166조원(2015년 9월 말 기준)을 기록했으며 2014년 3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특히 은행 보다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은행권 금융기관의 대출규모가 대폭 확대되는 추세다. 규모는 물론이고 대출의 질(質)까지도 악화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에 따라 소득대비 가계부채 규모는 143.0%로 증가했다. 가계부채 비율 확대는 그만큼 소비 여력이 줄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기업부문은 더욱 심각해 대기업 매출액 감소율은 지난해 상반기 7.1%로 전년 같은 기간의 1.2%에서 대폭 확대됐다. 부채비율이 200%를 웃도는 기업 비중도 2014년 말 12.3%에서 지난해 6월말 현재 12.9%로 증가했다. 여기에 중국경제부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다른 여건도 우리나라에는 불리하다. 이르면 12일 출범하는 유일호호(號)가 활용할 수 있는 카드는 현재로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 후보자도 녹록찮은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쉬운 과제가 하나도 없다"고 토로한데 이어 가계와 기업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서는 "부채 관리도 구조개혁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유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정책을 세세히 따지는 방식 보다는 큰 틀에서 방향성을 내용을 살펴보는 식으로 업무내용을 파악하고 있다. 경제구조의 큰 틀을 바꿔야 체력을 키우고 민간 투자와 소비 확대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소신 때문이다.

하지만 구조개혁은 재정확장정책 이상으로 만만치 않은 작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ㆍ금융ㆍ교육ㆍ노동 등 4대 개혁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임기 반환점을 돈 현재까지 마무리된 것은 공무원연금개혁 뿐이다. 공공개혁은 그나마 정부 영역이어서 속도를 낼 뿐, 금융과 노동개혁은 이익단체의 반발, 국회 여야 협상에 발이 묶인 상태다.

여야 두루 친화력이 있는 유 후보자가 경제수장으로 내정된 것은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하려는 의도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정치권의 견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시무식에서 "개혁의 지연이 곧 위기의 방아쇠이고 한 발 앞선 개혁이 번영의 열쇠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갑오개혁이 실패하고 2년 뒤에 맞은 병신년(1896년)에 발생한 아관파천의 치욕까지 예를 들며 구조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편 현역 국회의원(서울 송파을)이기도 한 유 후보자는 이번 인사로 내년 4월13일 예정된 20대 총선 출마가 불가능해졌다. 그는 "지난해 국토부장관으로 임명돼 10개월 가까이 신경을 많이 못썼는데, 국회로 복귀하자마자 또 국가의 부름을 받게 돼 지역민들에게는 미안할 따름"이라면서 "국회의원 임기는 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총리에 취임하면 지역주민들을 직접 찾아 사과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유 후보자의 불출마로 해당 지역구는 사실상 무주공산이다. 서울 송파구는 강남3구로 분류돼 여당 성향이 강하다.

유 후보자는 "송파가 비록 당에서 가리키는 험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와서는 곤란하다"면서 "부총리 내정된 직후 당에 '정말 좋은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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