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미의 알뜰살뜰]'임산부용' 붙으면 가격은 20배?

-비슷한 성분 캔디, 치약이라도…'임산부용'되면 가격 수십배 껑충

주부 4년차이다보니 유통기사를 쓸 때에는 '엄마의 마음'으로 사안을 접하곤 합니다. 물가, 외식, 제품가 인상 등에 있어서 여느 소비자들과 마찬가지로 민감할 수밖에 없죠. 이 코너를 통해 소비자들과(특히 주부)들과 교감의 장을 넓혀보려 합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제보'는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자료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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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 연휴는 잘들 쉬셨나요? 나에미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대학 졸업하자마자 20대에 결혼한 친구 한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제야 결혼을 해 신혼 재미를 만끽하고 있더군요. 보건복지부가 얼마 전에 발표한 자료에는 우리국민 평균 초혼 연령이 남성은 32.4세, 여성은 29.8세라고 하는데 제 주변에는 어찌된 일인지 평균대로 결혼한 친구는 하나도 없네요. 평균치를 훌쩍 넘긴 친구들은 하나 둘 씩 임신해서 배가 불러오고 있었습니다. 23개월차 '초보엄마'인 나에미는 그나마 선배랍시고 얕은 지식으로 그들의 폭풍 질문에 답해주고 왔죠.

"몇 분 간격으로 아파야 병원에 가야해? 2분,1분?" "하늘이 노래질 때"

"애 낳을 때 가장 힘든 경우는 뭐야? 애가 다리부터 나올 때인가?" "자연분만으로 낳겠다고 20시간 꼬박 밤새 진통했는데 결국 제왕절개할 때"그러다가 한 친구가 이런 질문을 하더군요.

"너 기자니까 알겠다, 왜 임산부용은 더 비싸? 크림도 그렇고 치약도 그렇고…."

▲임산부용이라고 알려진 제품들. 왼쪽부터 입덧사탕, 입덧치약, 임산부크림 등. 그러나 이들 제품은 상당수가 일반제품에 비해 가격이 적게는 2배에서 최대 10배까지 비싸 임산부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임산부용이라고 알려진 제품들. 왼쪽부터 입덧사탕, 입덧치약, 임산부크림 등. 그러나 이들 제품은 상당수가 일반제품에 비해 가격이 적게는 2배에서 최대 10배까지 비싸 임산부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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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라면 누구나 한번씩 써봤을 '임산부용' 제품들. 특히 입덧이 심한 분들이라면 임산부용 치약, 캔디 등을 접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저 역시 그랬거든요. 그런데 임산부용이라고 붙으면 가격은 일반 제품에 비해 2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입덧사탕'으로 유명한 미국 수입캔디인 P캔디. 알사탕처럼 낱개 포장된 사탕 21개가 들어있는 이 캔디는 인터넷몰에서 1만10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저 임신했을 때 는 2만원까지도 했었는데 그나마 좀 내렸네요. 훗. 아무튼 이 사탕 한 개에 520원정도 하는 셈이죠. 유기농설탕과 천연향료, 천연색소를 사용했다는 게 특징입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정작 입덧을 완화해주는 성분은 신맛을 내게 하는 구연산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유기농설탕, 천연향료, 천연색소, 구연산이 들어간 다른 사탕은 어떨까요?

한 대형마트에서 파는 H캔디는 유기농함량 99% 로 유기농주스, 유기농시럽, 유기농벌꿀, 천연레몬오일 등을 사용했으며 18개가 들었는데 가격은 4500원이네요.

한 봉지에 1000~2000원짜리인 일반 레몬맛 사탕들은 합성착향료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공통적으로 구연산이 들어가 있고 일부 제품은 천연색소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 임산부들은 칫솔질할 때도 여간 곤욕스러운 게 아닌데요, 가만히 있어도 헛구역질이 나는데 칫솔질을 하면 이를 닦는 내내 '욱욱, 웩웩' 난리가 나죠. 치약 냄새가 너무 독하다보면 심해지곤 합니다. 그래서 치약도 '임산부용'이라고 팔리는 게 있습니다.

B제품은 무불소, 무사카린, 천연계면활성제, 무색소로 만들어 양치시 구토감이 덜하다며 자체적으로 '임산부 전용치약'이라고까지 내세웠죠. 그런데 가격은 85g에 2만원대. 140~150g짜리 일반 치약이 1000원 안팎인 걸 상기하면 20배나 비싼 셈이죠.

성분이 비슷한 타제품과 비교했을 때도 '임산부 전용치약' 이름을 단 값 치고는 고가였습니다. P제품의 경우 무불소, 무합성계면활성제, 무사카린, 무인공향, 무타르색 소, 무합성보존제로 만들었지만 가격은 150g에 7000원 수준으로 중량을 감안하면 1/6에 불과했습니다. '임산부용'이라고 표기하지만 않았을 뿐 성분 특징은 비슷했답니다.

이제 임신한 나에미 친구들에게 답해줄 수 있겠네요.

"임산부용이라고 무턱대고 사지 말고 다른 제품들과 성분을 꼼꼼하게 비교해서 너에게 맞는 제품을 사. 순산해라!"

덧. 임신 초기 입덧 때문에 기자실에서 변기 부여잡고 한 달 반을 엉엉 울었던 나에미. 이런 제품들 덕을 좀 봤었을까요? 결론은 레몬맛 사탕 아무거나 먹었더니 좀 나았고(순댓국 먹고 입덧이 사라졌음) 치약은 임산부용 치약 사봤지만 절반 쓰다가 버렸네요. 저런 거 써도 입덧 심한 사람들은 계속 하더라구요. 뻔한 말이겠지만, 선택은 결국 누구 몫? 여러분이 판단하시길…. 하하. 순산하세요!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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