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현장] 긴장감 팽팽했던 이주열의 송년회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23일 오후 한국은행 본관15층 대회의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간부, 출입기자 50여명이 조촐한 송년회를 가졌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지난 1년을 숨 가쁘게 달려왔던 만큼 이 날만은 한은 총재를 비롯한 간부와 출입기자 모두 편하게 지난 1년을 돌아보자는 자리였다.

이 총재는 모두발언에서 "(올 한 해)정책목표 간의 상충성으로 통화정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술회했다. 올해 초유의 저성장, 저금리 기조에 대처해 완화적인 정책기조를 유지하며 거시경제의 안정을 추구해 왔지만 이 과정에 겪은 가계와 기업 빚 급증 등의 애로가 이 멘트 하나에 모두 묻어났다. 화기애애하던 송년회에는 갑자기 긴장감이 돌았다. 이 총재는 이어 "정책목표간 상충성이 높아져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명쾌한 답이나 이론은 아직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미소로 일관했지만 이 총재의 표정에는 진지함이 서려 있었다. 발언이 진행될수록 하고자 하는 말을 강하게 전하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확신을 담았다. 그는 "이 같은 때 최선의 처방은 구조개혁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후 송년회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누구 하나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동안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던 이 총재는 이번에 기업을 정조준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늘고 있는 한계기업 구조조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나라도 신흥국의 부채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였다. 그는 이번에도 "외환보유액의 보유주체는 정부이지 기업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 이후 신흥국의 부채위기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은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을 통한 단기 부양책을 쓰면서 경제체질을 바꿀 프로그램을 동시에 가동해야 할 시점이다.

숨가쁘게 달려온 올 한해만큼이나 한은 출입기자송년회 역시 긴장 속에서 마무리됐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