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금리 마감, 혼돈의 금융권]은행권, '예고된 사실'보다는 '옐런의 입' 주목

시중은행 2% 변동금리 주담대 사라져…"미 금리인상 영향 선반영"
미 연준 내년 말 목표치 1.4%…"4차례 인상은 어려울 것"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6일(현지시간) 금리인상을 발표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6일(현지시간) 금리인상을 발표하고 있다.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9년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한 16일(현지시간) 국내 은행권의 눈은 '옐런의 입'으로 향했다. 12월 금리 인상설이 불거진 지 오래, 금리 인상 자체보단 내년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 이번 미국의 금리인상은 시장금리에 이미 반영된 상태지만, 내년의 인상 폭과 속도에 따라 11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의 뇌관을 자극할 수도 있다.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미국 금리 인상이 국내 은행권에 당장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시장금리에 이미 미국의 금리인상 영향이 선(先)반영된 상태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에 연동되는 신규 취급 코픽스(COFIXㆍ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 10월 10개월만에 올랐고, CD금리와 금융채 금리도 소폭 상승했다. 한 은행의 개인여신담당 부장은 "12월 현재 금융채 금리는 미 금리 인상을 대비해서 두 달전에 비해 약 20bp가량 올랐다"며 "시장금리에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시중은행에서 적용하는 대출금리도 이미 큰 폭으로 올랐다. 17일을 기준으로 신한은행 코픽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가 연 3.11~4.47%, 우리은행의 같은 상품 금리는 3.17~4.76% 한 달 새 0.2%포인트 내외로 올랐다. KEB하나은행은 3.07~4.77%, NH농협은행은 3.05~4.35%로 대부분 3%대를 넘어섰다. 시중은행 중 KB국민은행만이 2%대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내년 말 금리 목표치로 1.4%를 언급한 것을 두고선 긴장감이 조성됐다. 현재 기준금리 밴드는 0.25~0.50%로, 약 100bp가량 차이가 난다. 수치로만 보면 미 연준이 내년 4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얘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내 임금상승 압박 등을 고려하면 목표치만큼 금리를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완전고용 수준에 근접한 5%로, 임금 인상과 함께 인플레 압력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박종훈 SC은행 상무는 "100bp정도면 상당히 빠른 수준이고 국내 시장에 영향 미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여러 경제지표를 감안하면 내년 3월 한 차례 정도 인상이 현실적인 수준일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시중은행들은 신흥국으로 향할 부정적 여파를 더 주목하고 있다. 원자재를 주로 수출하는 신흥국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한다면 국내 수출기업들도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 탓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유가가 떨어지면서 자원수출 국가들이 어려운 상황이라 변동성이 큰 상황이 제기된다면 국내에도 영향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책금융기관들은 이러한 점을 감안해 중소기업의 건전성 관리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의 리스크를 주시하면서 이자율 상승폭에 따른 단계적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신흥국 대상 수출기업들에 금리를 인하하는 등의 지원책을 내놨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환율이 상승해 대미 수출관계에는 긍정적 영향이 예상지만, 신흥국 경제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한국 수출기업들의 위축 가능성이 우려돼 신흥국 대상 수출기업들에게 금리 인하 등의 지원으로 충격파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미국의 순차적 금리인상은 이미 예고된 사실인 만큼 가계부채ㆍ기업구조조정 등 정책 방향을 유지하면서 국내 시장동향을 관찰할 방침이다. 미 금리인상에 대비해 사전적으로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국내 금융권이 적정 자본 수준과 유동성 유지가 가능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손주형 금융위원회 금융시장분석과장은 "작년말 올초부터 미국이 12월 금리 인상후 2016년 4차례, 2017년 5차례 추가인상할 것으로 봤는데, 지금 2017년은 4차례로 오히려 점진적으로 가겠다는 신호를 나타냈다"며 "예고된 신호에 맞춰 가계부채 관리나 기업구조조정을 해왔기 때문에 그에 맞춰 국내 시장 동향을 관찰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