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계 반대 움직임 "앞으로 전개하는 활동을 보고 판단해 주길"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신임 국립현대미술관장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작품 검열 등 취임 전부터 논란이 된 스페인 출신 국립현대미술관 신임 관장이 처음으로 국내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3년 동안의 재임기간 중 한국 미술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본인의 임명을 반대해 온 국내 미술계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애석하다"며 "과거보다는 앞으로 전개하는 활동을 보고 판단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한 "검열에 반대하며,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며 전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장으로 재직당시 정치풍자작품 전시 지연 논란과 관련, 일각에서 이를 반대했던 큐레이터들을 해고했다고 문제제기한 데 대해 "거짓 정보다. 계속 오보가 나온다면 명예훼손으로 고발 조치하겠다. 사건 진위에 대한 공식적인 문서를 보여줄 수 있다"고도 했다.
14일 임명장을 받은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50ㆍ스페인) 신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별관에서 첫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가볍게 미소를 띠며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같은 간단한 인사말을 한국어로 하며 말문을 뗐다. 마리 신임 관장은 20여분간 프레젠이션을 통해 2018년까지 재임기간 중 달성하고 싶은 목표로 "주요 미술관으로서 국립현대미술관의 국제적 역량 강화시키는 것"이라며 "미술관은 단순히 컨테이너가 아닌 생산자다. 국내외 학계와 협력해 연구와 출판에도 관심을 쏟겠다"고 했다. 그가 처음 한국을 방문한 때는 2005년. 국립현대미술관과는 지난 2010년 한-스페인 수교 60주년을 계기로 인연을 맺었다. 마리 관장은 "10년 동안 때때로 한국을 오게 될 때마다 매력을 느끼게 된 것 같다"며 "한국을 가장 매력적이며 역동적인 나라로 생각했다. 지정학적으로도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미술 비엔날레가 처음으로 시도된 나라이기도 하다. 아티스트와 제도를 연결하는 적합한 곳이라고 본다"며 관장직에 지원한 이유를 밝혔다.
마리 관장은 자신이 그동안 비평가, 큐레이터, 교육자, 미술관장, 설치작가로 30년동안 쌓아온 경력들, 유럽과 미국, 남미, 아시아의 미술기관에서 일해 온 25년간의 경험들이 한국미술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 자신했다. 그는 "견고한 국제적인 네트워크 관계가 있다. 작가, 큐레이터, 비평가, 후원자들과 인맥을 쌓고 있기 때문에 국립현대미술관에 도움을 줄수 있을 것"이라며 "콘텐츠에 집중하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국제미술 컨텍스트에서 지역 내러티브를 부각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지난 3월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장으로 일하며 정치풍자 작품 전시 지연과 관련된 검열 논란에 대해 그는 "전시 개관이 지연됐다. 특정 정보를 나에게 숨겼기 때문이다. 그 지연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면서도 "큐레이터 해고는 거짓 정보다. 오보가 계속 나오면 고발하겠다. 3월 23일 내가 사임하고 난 뒤 해고 된 큐레이터들은 4월 1일부로 일을 마무리 했다. 이사회에서 그런 명령을 내린 것이다. 사건과 관련해 공식적인 문서가 있다"고 했다. 마리 관장은 연신 검열 반대와 표현의 자유 보장을 언급하며, "예술가들과 활동할 땐 더욱 그렇다. 그 가치와 약속이 따라야 상생할 수 있다. 의견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은 근현대미술의 자연스러운 속성이다. 이것이 살아야만 근현대미술이 존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 많은 작가들이 반대서명했다는 건 애석한 사실이다. 그러나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과거보다는 앞으로 한국에서 하는 활동의 결과를 보고 판단해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한국근현대미술의 현 상황에 대해 마리 관장은 "아직 내러티브가 설립되지 않았다. 많은 유능한 작가와 작품이 있는데 이를 역사적으로 연결해주는 고리가 없다. 이것을 찾아서 외국에 알릴 것"이라며 "외국의 모델을 수입해서 붙이지 않을 것이다. 한국 미술에 대해 공공영역에서 존재할 수 있는 새 모델을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함께 그는 "1년 안에 한국어를 대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 네덜란드에서도 1년 만에 가능했다"며 "언론에서 미술계 '히딩크'에 비유되기도 했는데 부담이 있는 비유기도 하다. 예술은 경쟁이 아니기 때문에 미술관 프로그램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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