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하루하루 수익률에 목을 매지만 시간이 한참 지나 계좌를 열어보니 별반 벌어들인 것도 없는 투자자, '어디 쓸만한 정보없나' 귀만 쫑긋 세운 채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투자자라면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고언에 귀를 기울여볼만 하다.
20세기 유럽 전역을 누비며 70년 넘게 투자자로 살다 간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전 세계 주식ㆍ채권ㆍ외환ㆍ원자재를 투자해 부를 거머쥐었다. 대공황, 전쟁도 그의 투자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는 없었다. 오랜 기간 성공적인 투자자의 삶을 살아간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 즉 주가였다. 주가는 투자의 성패를 가늠하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그는 증권시장의 가격발견 기능 및 경제와의 상호의존을 신뢰했다. 그는 "주식의 정확한 가치와 시세가 절대로 일치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주식의 시세는 언제나 그 가치보다 높거나 또는 낮다는 것. 주식의 정확한 가치가 측정 가능하다는 것은 곧 특정 주식회사의 정확한 가치를 제시할 수 있다는 것과 같다. 그는 그럴 경우 증권시장의 존재 의의가 사라진다고 봤다.
주식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그의 '개' 비유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투자자들에게 증권시장은 오묘하다. 경기가 하락할 때 상승하는가 하면 경기가 호황일 때 하락하기도 한다. 그는 증권시장과 경기변동의 추세가 동일 원칙에 지배되는 상호의존적 관계지만 결코 평행선상에서 진행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 남자가 개와 함께 산책한다. 남자는 일정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개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도 주인에게 돌아온다. 남자가 경제이고, 개가 곧 증권시장의 움직임이다. 산책의 목적지에는 함께 도착하지만 남자가 1km를 걷는 동안 개는 3~4km를 걸었다. 그는 "증권시장의 움직임은 경제적 확장에 동행한다"고 말했다. 시장은 공평하지 않다. 모두가 성공적인 투자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코스톨라니도 일찌감치 깨달았다. 1930년대 초반 한 은행의 파산을 지켜보며 그는 "어떠한 사람이 주식 거래에서 손해를 보았다면 반드시 다른 사람이 그로 인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그 와중에 그가 유독 경계하는 투자자 유형이 있다. 미공개정보나 시세변화 정보에 매몰된 투자판단, 초단타매매 등이다. 단기간의 변동이나 정치적 상황, 실업률과 같은 지표들에 주목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투자자라는 가치관을 가진 탓이다.
그는 초단타매매자들을 필요악으로 여겼다. "그날 매수했다가 같은 날 매도하는 거래인, 증권시장의 기생충들을 경멸한다"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다만 그들이 없이는 증권시장과 자본주의적 시스템이 존속할 수 없다는 것도 인정했다. 그들의 역할은 매출액과 유동성을 높이는 것이다. 거래량이 많을수록 시장은 시세 변동의 충격으로부터 안전해지며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이라야 언제든 주식을 사고 팔고자 할 때 거래로 이어질 수 있다.
그는 지나치게 많은 정보의 습득이 투자자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고 봤다. 결코 투자자가 백과사전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 코스톨라니는 다만 올바른 순간들의 관련을 알고 그에 맞춰 행동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시세변동을 열심히 들여다본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차트를 통해 사람들은 어제가 어떠했고 오늘이 어떠한지를 가장 확실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은 없다. 오늘까지의 가격곡선은 진실이나 내일부터의 가격곡선을 앞당겨 그린다면 그것은 허구"라는 설명이다. 정보를 쫓는 행보는 오히려 위험하다고 봤다. 그에게 정보란 "털어버릴 주식을 갖고 있거나 또는 수수료를 챙기기 원하는 은행ㆍ브로커의 일"에 불과했다.
빚을 내 하는 투자도 경계대상으로 봤다. 코스톨라니는 "투자자는 절대로 빚으로 투기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빚을 지지 않은 사람만이 자신의 생각에 온전히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심리ㆍ생태에 관심을 기울인 이도 많지 않다. 그는 증권시장의 시세를 결정하는 기본 원칙이 '시세=돈+심리'라고 규정하며 "심리학이 증권시장의 90%를 결정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른바 '재료'보다 그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이 더 증시에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결국 장기적 관점에서 주식의 질과 미래 수익을 결정하는 것은 일반적인 경기변동과 산업부문 경기라고 설명했다. 예측하기 어려운 주식시장에 대해 코스톨라니는 "주식 시세가 항상 논리적인 것은 아니며 주변의 현상을 언제나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증권시장의 반응은 일시적으로는 자주 예측할 수 없고 대부분 일정 시간이 지너사야 기대했던 것과 같이 발전된다"고 말했다. 결국 긴 호흡을 갖고 스스로의 투자판단에 신뢰를 갖는 것이 증권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주식을 파는 시점은 어떻게 해야 할까. 코스톨라니는 "증권에 투자했는데 자신이 배를 잘못 탔다는 느낌이 들면 그 즉시 배에서 뛰어내려야 한다. 그러나 먼저 자신이 탄 배가 잘못된 배라는 것을 확신해야 한다"며 "주식 매매는 확신과 직관의 혼합"이라고 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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