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반납의 경영학…사장님 월급봉투가 얇아지기 시작했다

-포스코·현대重 등 경영진 솔선수범으로 고강도 쇄신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조선ㆍ철강업종이 고강도 긴축경영에 들어가면서 경영진들의 임금반납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은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인건비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임직원 임금반납을 결의해 시행하고 있다. 경영위기에 대한 책임과 솔선수범 차원에서 고통분담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24일 각 사에 따르면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 7월 비상경영쇄신안을 발표한 이후 석달간 1억원 가량의 임금을 반납했다. 포스코는 국내 부실 계열사 및 해외법인을 2017년까지 30~50%로 줄이고, 임원들의 급여를 10~20%씩 삭감하기로 했다. 권 회장은 이에 따라 올 9월까지 4억3875만원의 보수를 받을 수 있지만 4억400만원만 수령했다. 지난 8월 이후 본인부터 급여 20%를 자진반납한 데에 따른 것이다. 권 회장은 매달 2000만원으로 책정돼 있는 상여금도 20%를 줄여 1600만원만 받고 있다. 권 회장이 석달간 안받은 보수는 급여 8350만원, 상여금 1200만원 등 9530만원이다.

김진일 포스코 사장도 지난 8월부터 임금의 10%를 반납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의 올해 연간 보수는 3억9000만원에서 3억6000만원으로 3000만원이 준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경영진들이 아예 월급을 받지 않기로 선언했다. 최길선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경영위원회는 전날 "흑자가 나기 전까지 긴축경영에 돌입한다"면서 계열사 사장단 7명의 급여 전액반납을 결의하고 임원들도 직급에 따라 최대 50%까지 급여를 줄여받기로 했다. 최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조선업황이 침체됐을 때에도 2009년 당시 민계식 부회장과 함께 임금전액을 반납했고 임원들도 직급에 따라 급여의 30~50%를 줄여 받았다. 권오갑 사장은 지난해 11월 '대직원 호소문' 발표 이후 1년여간 사실상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 이번 급여반납을 비롯해 인건비와 각종 경비 절약, 시설투자 축소 등을 통해 현대중공업은 3500억원, 그룹 전체로는 5000억원 이상의 비용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회사 내부에서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사와 임직원이 한마음으로 위기돌파를 위한 의지를 다지는 효과에 주목하며 조속한 경영정상화에 따른 임금정상화도 기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사장단도 이날 임직원에 보낸 담화문에서 "회사 상황이 어려워진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2016년 흑자달성'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사장은 반납 대신 삭감을 선택했다. 정 사장이 급여의 20%를 삭감하기로 했으며 부사장과 전무는 15%, 상무는 10%를 반납하기로 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전 직원 대상으로 1개월 무급휴직에 들어갔으며 임원들은 휴직없이 1개월치 급여를 반납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후장대 업종이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며 "위기극복에는 위, 아래가 없겠지만 경영진의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직원들에게 강한 동기를 부여하며 위기극복을 위한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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