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는 어디에서 태어났는가…고추장과 젓가락의 비밀
코리안 쿨
[아시아경제 ]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금메달을 싹쓸이 했던 대한민국의 전설 뒤에는 젓가락이 숨어있다는 믿거나 말거나 ‘설’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세계 유일의 가늘고 긴 젓가락질이 곧 생존의 열쇠였던 탓에 자신도 모르게 손끝에 베인 섬세함이 그 배경이라는 주장이었다. 덧붙여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을 가장 처음 놀라게 하는 것은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먹고, 젓가락으로 콩 집어 먹는 한국인’이라는 농담 아닐 것 같은 농담도 있었다.
마침내 최근에는 한국의 지성을 대표하는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11월 11일을 근거도 족보도 없는 어떤 과자 데이 대신 ‘젓가락 데이’로 선포(?)하고 젓가락 페스티발까지 기획했다. 그의 젓가락 예찬에 따르면 젓가락은 한, 중, 일 삼국이 2천년 넘게 공유해 온 문화로 아시아 문화 공동체의 허브 자격이 충분하다. 그 중 가늘고 긴 쇠의 형태인 우리 젓가락의 역량이 월등해 ‘놀이, 산업, 예술이 어우러진 한류 콘텐츠로 육성하겠다’고까지 의욕이 대단하다.아닌 게 아니라 중세에 포크가 보편화되기 전까지 손으로 음식을 먹었다는 프랑스의 상류층 사이에 21세기 들어 한국의 젓가락을 사용할 줄 아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는 언론 지면의 칼럼을 몇 년 전에 분명히 읽은 적이 있기에 그의 의욕이 전혀 엉뚱한 게 아니라는 걸 뒷받침 하는 것도 같다.
<세계를 사로잡은 대중문화 강국 코리아 탄생기, 코리안 쿨>은 바로 그 한류의 탄생과 성장과정, 미래를 추적한 보고서이다. 저자 유니홍은 미국 시카고에서 유년 시절을, 한국의 압구정동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다. 유럽과 한국의 문화에 모두 익숙한 탓에 우리가 미처 포착하지 못한 한류의 실제를 입체적으로 조망할 눈을 충분히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쿨(cool)’은 ‘멋진, 시원한, 좋은’의 뜻이다. ‘한국 사람들은 멋지고 시원하다’는 좋은 말이다. 저자가 세계를 사로잡은 우리의 대중문화 ‘한류’에 대한 외국인들의 의견을 종합해 도출한 콘셉트이다. ‘김치, 소주, 불고기, 막걸리, 영화, 드라마, 케이 팝(K-POP), 온라인 게임’까지 한류가 다방면으로 폭을 넓혀가는 와중이었지만 물정 모르는 내국인들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를 말춤 추게 하면서부터나 어슴푸레 한류를 실감했을 뿐이었다. 이미 아시아 대중문화 중심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바뀐 것도 몰랐다.그렇다보니 한류국가대표의 자리는 당연히 ‘K-POP’이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K-POP의 부상이 싸이를 비롯 비, 소녀시대, 지드래곤 등 특별한 재능을 가진 소수 아이돌의 개인역량 덕이 아니었다. IMF 이후 문화산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결행했던 정부, ‘1만 시간의 법칙’대로 5-7년 넘는 트래이닝을 설계한 기업, 유럽의 작곡가와 안무가들이 합세한 ‘국제공장’ 설립의 결과였다. 2012년 수퍼스타 K 오디션에 5천만 인구의 4%인 208만 명이 참가해 경쟁을 벌였던 결과였다. 같은 해 미국 아메리칸 아이돌에 응시한 숫자는 미국 인구의 0.03%인 8만 명에 불과했다.
비틀즈의 영국에서 해리포터가 나왔다. 해리포터로 벌어들인 외화와 현대자동차로 벌어들인 외화를 비교하는 것은 전문가들의 단골 메뉴다. 브라질이 축구를 잘하는 것은 저변이 그만큼 넓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래 자체다. 미래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는 저자의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지금 북한마저 ‘목숨 건 한류 거래’가 한창이다.
<유니홍 지음/정미현 옮김/원더박스/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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