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발전 위기]블랙아웃 이후 과잉설비가 원인…"CP 현실화 해야"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김혜민 기자] 민간발전 업계 1~2위 업체가 나란히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하는 등 민간 발전사들의 실적이 고꾸라진 것에 대해 발전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4년 전 블랙아웃이 터진 후 민자발전을 장려했던 정부가 발전소를 대거 늘리면서 LNG(액화천연가스)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졌고, 그에 따른 가격 경쟁력이 급락했다"며 "업계 모두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예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2011년 9ㆍ15 블랙아웃(정전 대란)이 발생하자 국민들의 원성과 비판에 놀란 정부는 민간투자를 독려했다. 그 이후 포스코와 GS, SK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LNG발전설비를 늘려 나갔다. 그 결과 2013년 13개 등 최근 3년새 35개의 LNG발전소가 새로 가동됐다. 이들 발전설비 용량만 16GW에 이른다. 체계적인 계획없이 밀어붙인 정부의 민간발전투자 독려는 5년이 채 안 돼 탈이 났다. 전력수요가 정부 예측치에 미달하면서 민간발전소 발전용량의 절반만으로도 공급을 맞출 수 있게 됐다. 결국 발전용량의 절반은 가동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국내 LNG발전소 가동률은 40% 초반에 불과하다. 사실상 발전소 10곳 중 6곳이 개점휴업 상태인 셈이다. LNG 소비 또한 하락 추세다. 올해 초 가동한 포스코에너지 7ㆍ8ㆍ9호기와 지난해 포천파워, 안산S파워 등 대규모 LNG 발전설비가 새로 들어왔음에도 LNG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 가량 감소했다.

민간 LNG발전소의 가동률이 낮은 이유는 전력 생산단가가 낮은 발전소부터 차례로 가동ㆍ공급되는 체제로 운영되는 국내 전력시장의 공급 구조에 있다. 원가가 낮은 원자력과 석탄발전소가 먼저 가동되고, 이들 전원을 모두 가동해도 수요를 충당할 수 없을 때 LNG 발전이 투입된다. 남아도는 전력이 많다보니 LNG 발전소가 가동될 기회가 줄고 있는 것이다. 공급과잉이다보니 가격도 뚝 떨어졌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는 전기 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은 지난 9월 평균 1㎾h당 95원으로 최고치였던 2012년 7월(193원) 대비 절반 이상(51%) 폭락했다. 민간발전사의 한 관계자는 "kWh당 전력생산 원가는 원자력과 석탄화력이 45~50원대인 반면 LNG복합발전은 130원대로 2배 이상 높다"며 "지금은 판매가격이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민간 발전사들의 경영난을 줄이기 위해선 우선 용량요금(CP) 현실화가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CP는 전력 시장 입찰에 참여한 발전기에 대해 가동 여부와 관계없이 정부가 지급하는 일종의 지원금이다. 민간발전협회는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에 "CP를 1㎾h당 1.99원 인상한 9.45원으로 상향 조정해 달라"고 정식 건의했다. CP는 2001년 도입 당시 1㎾h당 7.46원이 책정된 이래 15년간 한 번도 인상되지 않았다.

발전소 간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를 들어 원자력, 석탄, LNG 등 발전원별로 적정 생산량을 할당한 뒤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감안해 생산 효율성이 높은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전력거래소가 우선 매입하는 식이다. 지금은 발전단가가 싼 발전소 순으로 전력을 사주다보니,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LNG 발전소는 뒤쳐질 수 밖에 없다.

민간발전협회 관계자는 "9ㆍ15 정전 대란 이후 민자발전을 장려했던 정부가 발전소를 대거 지으면서 LNG발전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정부는 "민자발전사 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미 2012~2013년 전력이 부족할 때 높은 수익을 거둔 만큼 이제 와서 민자발전소 요구를 들어주긴 어렵다"며 "정부는 언제 또다시 전력 부족 사태가 발생할지 모르는 만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준비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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