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이 자갈밭…기업들, 내년 풍작기대 접었다

곳곳이 자갈밭…기업들, 내년 풍작기대 접었다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자갈밭 또는 지뢰밭'

내년 기업들이 생각하고 있는 사업환경이다. 세계경제의 양대산맥인 미국과 중국은 물론 신흥국 경제전망이 불투명한데다 환율과 유가,원자재 등 대외변수도 우호적이지 않다고 판단하다보니 내년 한해 농사(수익성과 성장성)에 대한 기대를 일찌감치 접고 있다.18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가운데 285개 기업(응답업체)을 대상으로 내년 경영환경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기업들은 내년 경제전망에서 기업들은 정부보다 낮은 성장률을 전망했다. 내년도 성장률 전망 에서 기획재정부(3.5%)와 한국은행(3.2%),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3.1%), 금융연구원(3.0%) 등이 모두 3%대를 전망했다. 이와 달리 기업들의 대다수(90.2%)가 3%미만을 점쳤다. 3%이상은 9.8%에 그쳤고 2%미만은 15.6%로 이보다 높았다.

기업들이 이같은 저성장을 전망한 것은 자사의 성장성과 수익성 전망이 좋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 매출실적에 대해 10곳 중 절반 이상이 연초에 세운 계획을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밝혔다. 계획을 상회한다는 곳은 10곳 중 2곳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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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내년 3%미만 성장 vs 정부는 3%이상 성장

올들어 9월까지의 실적(3분기)을 봐도 기업들의 말이 엄살이 아님을 알 수 있다. 12월 결산 상장법인 498개사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205조6156억원으로 지난해 1~9월의 1245조9331억원보다 3.24% 감소했다. 누적 영업이익(77조4781억원)과 순이익(56조4962억원)은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12.69%, 11.31% 증가했다.

상장사들이 장사를 얼마나 잘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들도 소폭 개선됐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6.43%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91%포인트 상승했고 매출액 순이익률은 4.69%로 0.61%포인트 올랐다.이는 상장사들이 1000원짜리 상품을 팔 때 64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남겼고, 이 중 회사가 실제로 손에 쥔 돈은 47원 정도라는 의미다.그러나 수익성 개선은 유가와 원자재 가격 하락, 환율 상승효과 등에 기댄 측면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 경기 둔화와 수출 감소 영향으로 매출액이 둔화함에 따라 비용 감소가 영업 활성화 등의 선순환을 불러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별ㆍ업종별로는 명암이 크게 갈린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가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우조선해양, 삼성엔지니어링,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중후장대와 건설업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다만 내년도 매출액 및 영업이익의 경우 기업들은 올해 대비 개선의견(47.2%, 44.4%)이 악화의견(16.2%, 23.2%) 보다 우세했다. 투자ㆍ고용은 전년 대비 '동일 수준' 응답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개선의견(29.7%, 24.8%)이 악화의견(18.0%, 16.3%)을 소폭 상회했다.

-경제버팀목 수출, 내년에도 어렵다

내수는 정부와 기업들의 대규모 이벤트로 어느 정도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그동안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돼 왔던 수출은 현재까지의 실적도 향후 전망도 어둡기만 하다.

수출과 수입이 줄어들면서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들어서 생기는 반갑지 않은 불황형 무역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10월 한달간 수출만해도 전년동월보다 15.8%줄었는데 감소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2009년 8월(-20.9%) 이후 6년 만에 최대다.정부는 수출이 회복되면 앞으로 연 3% 후반대 성장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지만 오히려 감소폭이 확대된 것이다.

기업이 체감하는 수출 경기도 나빠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10월 제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수출BSI는 80으로 9월(81)보다 1포인트 떨어졌다. 11월 수출전망BSI는 81로, 10월 전망치보다 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경련 조사에서도 수출의 회복시기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응답기업의 31.1%는 '2014년 수준으로는 회복이 어렵다고 보았으며, 62.1%는 내년 하반기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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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악재만 산적…10곳중 최소 2곳 구조조정 계획

기업들이 경영상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은 것은 '내수ㆍ수출 동반 부진에 따른 매출 감소'(48.1%)로 대내, 대외할 것 없이 모두 어려운 상황을 보여준다. 그밖에는 '중국 등 해외시장 경쟁심화'(21.1%), '원자재가 등 생산비용 증가'(10.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내년도 국내경제 위협요소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기업들은 국내경제 리스크 요인에 대해 '중국 등 신흥국 성장 둔화'(27.0%), '가계부채 위험성 증가로 인한 소비 위축'(25.5%), '미국 금리 인상 및 국제금융시장 불안'(25.0%), '환율 및 원자재가 변동성 심화'(20.4%) 등을 지목했다. 이는 대내외 모두 불안요인이 산적해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내년 경영키워드를 '생존'으로 잡았다. 전경련 조사에서 내년도 중점을 두어 추진할 경영전략으로는 '사업 구조조정 등 경영내실화'(40.8%)가 꼽혔다. 그 외에는 '시장점유율 확대 등 외형성장'(30.5%), '연구개발 투자 등 성장잠재력 확충'(13.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내년도에 자산매각, 인력감축, 사업철수 등의 구체적인 구조조정 계획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16.3%가 '계획이 있다'고 대답했다. 2012년도 조사 당시 동일 문항에 대해 있다(15.3%), 없다(84.7%)로 답변했다. 2012년 당시는 2010년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위기가 유럽 전체로 전이되면서 경제위기가 확산돼던 시기였다. 주요 그룹들은 당시의 위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하다고 판단해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했다. 그해 우리 경제는 투자와 수출,내수가 동반부진하면서 2009년 위기 이후 3년만에 가장 낮은 2%로 주저앉았다.

홍성일 전경련 재정금융팀장은 "응답기업의 90% 이상이 올해를 비롯 내년까지 3% 성장을 어렵게 보고 있으며, 올해 실적 또한 내수ㆍ수출 동반 부진으로 인해 좋지 못한 상황이다"라고 진단하고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구조조정 등 경영내실화에 주력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서는 원샷법 등 사업구조재편 지원과 노동개혁 마무리가 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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