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획정 난항…의원정수 확대 수순?

19대 총선 직전에도 여야 1석 확대 합의 전례

일부 의원들 의원정수 확대 속내 밝히기도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선거구 획정을 위한 여야 4+4(당대표ㆍ원내대표ㆍ원내수석부대표ㆍ정개특위 간사) 협상이 결렬되면서 당분간 정치권에는 냉기류가 흐를 가능성이 커졌다. 여야는 다음 주부터 협상을 재개한다는 방침이지만 의원정수를 고정한 상태에서 '지역구 확대하면서 비례대표를 고정한다'는 모순을 해결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이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선거구 획정 마감일로 제시한 연말이 다가올수록 의원정수 확대 문제가 거론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금은 의원수를 늘리는 문제가 정치권에서 금기어로 간주되고 있지만 막판에 몰리면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냐는 것이다.

이 같은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총선을 앞두고 의원정수를 늘린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국회의원 정수를 299명에서 300명으로 늘리는 안에 합의한 바 있다. 당시 여야 협상을 지켜보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1석을 추가하는 안을 내놨는데, 여야는 난감한 기색을 보였지만 일주일만에 슬그머니 수용했다. 들끓는 여론에도 '선거를 치르지 못할 수 있다'며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강조하기도 했다.이를 감안할 때 20대 총선에서도 여야가 줄다리기를 벌이다 마지못해 의원정수 카드를 받아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당은 공식적으로 의원정수 확대 문제에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 뿐 아니라 정의화 국회의장도 '의원수 확대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는 관측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여야는 의원정수 확대 문제를 협상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기도 했다. 야당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54석으로 유지하되, 지역구 의석수를 3석 늘려 303석으로 확대하자는 주장을 제시한 바 있는데, 최근 3일간 진행된 여야 4+4 회동에서 이를 꺼내놓은 것이다.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12일 기자와 만나 "정수를 늘리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면서도 "그 문제는 마지노선"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헌재가 제시한 획정시한이 다가오면 논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도 '의원정수 확대'와 관련해 "선거를 치르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형성되면 부랴부랴 결정될 것"이라며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일부 여당 의원들도 사견임을 전제로 의원수를 늘리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여야가 협상을 이어가되, 한편에서는 의원정수 확대 명분을 어떻게 쌓느냐를 고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책임을 상대 당에 떠넘기는 논리 개발에 열중할 것이라는 얘기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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