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8개월 수사에도 풀리지 않은 의혹 3가지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장장 8개월간 끌어 온 검찰의 포스코 수사가 11일 마무리됐다. 이 기간 포스코 일부 경영진의 부패, 협력사와의 검은 공생 구조 등 포스코 비리의 심각성을 환기시키긴 했지만, 수사의 정점으로 꼽혔던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 이명박 정부 실세 정치인들의 비리 등 핵심 의혹들은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검찰은 이날 포스코에 대한 수사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 포스코 전·현직 임원 17명, 협력업체 관계자 13명, 산업은행 부행장 1명 등 총 32명이 재판에 넘겨졌다며 사실상 포스코에 대한 수사를 종료했다. 이번 수사로 포스코 계열사들이 일감을 둘러싸고 협력사와 부정한 금품거래를 한 사실을 적발하는 등 포스코 일부 경영진의 부패, 협력사와의 검은 공생 구조를 규명하는 등 포스코를 둘러싼 비리의 심각성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지만, 끝내 풀지 못한 의혹들도 적지 않다.우선 수사의 정점으로 꼽혔던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 이명박 정부 실세 정치인들의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근접조차 못했다. 이명박 정부의 실세가 금융권과 포스코를 동시에 움직였을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했지만, 검찰은 끝내 정 전 회장과 측근들의 입을 여는 데 실패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 포스코에서 각종 특혜를 받은 의혹이 제기된 배성로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에 대해 횡령 배임 사기 등 무려 7가지의 죄명을 적시하는 등 영장을 발부받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법원 관문을 넘지 못했다. 검찰은 이상득 전 의원이 정 전 회장을 포스코 회장에 앉힌 뒤 그 대가로 포스코를 사유화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이 전 의원이 정 전 회장을 '왜 밀어줬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규명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실세와 포스코 고위관계자의 유착비리를 규명하는 데 핵심인물로 지목됐던 이 전 의원과 정 전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조차 청구하지 못하고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성진지오텍 부실 인수 배경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성진지오텍은 2009년 말 5500억원의 부채를 떠안을 정도로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회사였다. 회사가 남아있을지 확실하지 않다는 감사 결과도 있었다. 또 성진지오텍은 정유·화학 플랜트 기자재 제조업체로, 포스코나 계열사와는 시너지 효과가 의문시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정 전 회장은 철강사업부 등의 의견은 수렴하지 않은 채 전모 전략사업실장과 '밀실 논의'로 인수를 밀어붙였다. 예비실사 정도만 있었을 뿐 타당성 검사 등의 절차도 생략됐다. 그럼에도 검찰은 성진지오텍 인수는 불구속기소된 정 전 회장이 사실상 홀로 추진했고, 제대로 된 경영상의 판단은 없었다고 밝혔다. 정 전 회장이 성진지오텍을 고가에 인수한 이유와 관련해서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는 것 외에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 포스코는 성진지오텍이 인수 직후 자본잠식 및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면서 2010년 10월부터 1000억원을 급히 쏟아붓는 등 지난해까지 증자나 사채 발행으로 6000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성진지오텍과 합병한 포스코플랜텍은 워크아웃 절차를 진행 중이고, 직원 300여명을 감축한 상태다.

계열사나 협력사에서 조성된 비자금이 그룹으로 흘러가고서 정관계 등에 뿌려졌다는 의혹 또한 끝내 '의혹'으로만 남겼다. 검찰은 오너가 없는 포스코에서 임기가 한정된 전문경영인이 정치권과 유착하거나 특정 하도급 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선심을 쓰는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거기까지가 전부였다. 비자금이 왜 조성됐는지,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는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주인없는 포스코에 주인이 너무 많다"는 점만 강조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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