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업 아닌 '형님기업'…'사금고'였던 포스코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포스코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가장 큰 폐해는 '국민기업' 포스코가 일부 권력자들에 의해 '사금고' 수준으로 전락했던 점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대체적인 목소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게 단초다. 11일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2008년 12월 고(故) 박태준 당시 포스코 명예회장을 직접 만나 정 전 회장을 포스코 회장에 앉히는 문제를 논의했고, 이 전 의원 측근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이 전 의원 지시로 이구택 당시 포스코 회장을 접촉해 '비켜 줄 것'을 요구하는 한편 정 전 회장을 지지해달라고 종용했다.

박 전 차관은 그사이 유력 회장 후보로 거론되던 윤석만 당시 포스코 사장까지 직접 만나 '작업'을 했다는 게 검찰이 파악한 내용이다. 포스코건설 사장이던 정 전 회장은 이듬해 2월 포스코 회장이 됐다.

이 전 의원은 같은해 8월 포항제철 신제강공장 증축공사가 고도제한 규정에 막히자 국방부 등에 힘을 써 문제를 해결해줬다. 이 전 의원은 2009년 12월 자신을 20년 넘게 보좌한 측근 박모씨로 하여금 티엠테크라는 제철소 설비업체를 차지하도록 했다.

티엠테크는 포스코의 외주사이자, 누군가에게 이득이 돌아가게 할 목적으로 설립된 이른바 '기획 법인'이었다.

이 전 의원은 정 당시 회장 측에 부탁해 기존 외주 업체에 배당되던 물량 전체를 반강제로 빼앗아 티엠테크에 몰아주게 했다.

티엠테크는 포스코로부터 연간 200억원 규모에 가까운 일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2009년 12월부터 지난 7월까지 급여와 배당금 명목으로 약 12억원을 받았는데도 티엠테크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심지어 회사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으며 당연히 출근 한 번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정 전 회장 측은 박씨가 제철소 설비 업무 경험이 전혀 없는 점을 생각해 포스코 계열사 포스코켐텍 직원이 경영을 떠맡도록 '배려'까지 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 뿐 만이 아니다. 이 전 의원은 2010년 7월 포항시 불교단체 사무총장을 지내며 자신이 불교 신도들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도왔던 외조카 채모씨 등으로 하여금 또다른 '기획 법인'인 창고관리업체 뉴태성을 설립해 운영토록 했다.

뉴태성은 티엠테크의 경우와 비슷한 방식으로 포항제철소 창고관리 용역 물량을 따냈고, 채씨 등은 이후 지난 8월까지 급여와 배당금으로 약 9억원을 벌었다.

2010년 12월에는 이 전 의원 지인의 사위 정모씨가 원환경이라는 대기측정업체를 설립한다. 역시 '기획 법인'이다. 정씨는 포스코 측에서 계측 관련 용역을 받아 지난달까지 5억원을 벌어들였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이 전 의원을 등에 업고 각종 이권다툼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포스코에 1592억 상당의 피해를 입혔다.

이런 일이 빚어지는 사이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은 해외 사업단장과 공모해 385만달러의 비자금을 챙겼고 배성로 동양종합건설 회장은 정 전 회장과 유착해 각종 사업수주 특혜를 받았다.

검찰이 이날 정준양 전 회장 등을 불구속 기소함으로써 장장 8개월에 걸친 포스코 비리 수사는 일단락됐다.

그간 소문만 무성했던 의혹의 실체를 일부 밝혀냈다는 점에서 검찰의 성과를 평가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검찰 입장에선 상처 또한 적잖은 수사였다.

검찰은 비리의 핵심 연루자로 일찌감치 지목된 정동화 전 부회장에 대해 두 차례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고 배 회장에 대한 영장 또한 한 차례 기각됐다.

검찰 수사를 두고 '방향을 잃었다', '부실한 수사로 역풍만 불렀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져 나왔던 이유다.

건강을 이유로 이 전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점 등 수사 막바지에 다소 석연찮은 결정을 몇 차례 내린 점 또한 비판의 여지를 남긴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주문한 '외과수술식 수사'가 아닌 '종합병원식 수사'로 특정 기업에 대한 상처를 지나치게 키웠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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