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항 컨테이너 부두 전경.
[아시아경제 산업부 종합]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우리 경제를 이끌어 온 10대 산업의 수출실적이 무더기로 부진한 가운데 향후 전망도 밝은 곳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 대비 10대 산업 수출 비중은 1980년 55.9%에서 2014년 86.3%로 크게 확대됐다. 특정 산업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이들 산업이 부진할 경우 위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4일 아시아경제가 10대 산업의 최근 수출동향과 전망을 파악한 결과 10대 산업 대부분이 올 들어 10월까지 수출부진을 겪었으며 수출이 증가한 업종도 환율, 유가 등 대외변수와 신제품 출시와 같은 반짝효과 때문으로 향후 전망 역시 흐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 수요 급감과 단가 하락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수출은 10월까지 전년 대비 3.7% 증가에 그쳤고 10월 중에는 전년 대비 7% 감소했다. 4Gb D램 기준 지난해 4달러이던 가격이 10월 2.10달러로 반 토막 났다. 다만 D램을 제외하고는 낸드플래시나 시스템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스마트폰 신제품도 잇달아 출시되면서 국내업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휴대폰도 10월 중 수출이 전년 대비 24.1% 증가하면서 양호한 모습을 보였지만 올 1~10월까지는 15.6% 감소하면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내놓은 갤럭시노트5, 갤럭시S6 엣지 플러스, LG전자의 V10 등 전략 스마트폰이 잇따라 출시돼 세계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신제품 효과가 수출에 반영되는 기간이 평균 3개월가량이어서 향후 전망이 밝다고 보기는 어렵다.
TV 및 가전의 경우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프리미엄 전략을 펼쳤지만 해외 수요가 침체되면서 올 10월까지 수출액은 15.6% 줄었다.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가전의 경우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프리미엄급 제품의 마케팅 강화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미국 연말연시 연휴 성수기와 내년 브라질올림픽, 유로 2016 등 스포츠이벤트 등을 앞두고 있어 향후 TV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디스플레이는 TV 및 스마트폰 판매 확대로 OLED 수출은 증가 추세지만 LCD 패널 공급 과잉 및 PDP 단종영향으로 전체 수출액이 급감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디스플레이업체들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LCD에서 OLED로 비즈니스의 중심을 이동시키고 있다. 컴퓨터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같은 부품만 수출이 늘어났을 뿐 노트북PC, 모니터, 태블릿PC 등 전통적인 완제품의 수출은 모두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막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도 해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동차시장의 경우 올초부터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성장 둔화, 환율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 여기에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며 수출시장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올 1~9월 현대기아차의 해외 판매량은 495만239대로 지난해(512만6715대)보다 3.4% 감소했다.
다만 10월 중 현대차가 미국에서 월간 최다 판매기록을 세우고 중국에서도 6개월 만에 성장세로 전환한 점은 긍정적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이후 환율 흐름이 유리해지며 반등 모멘텀이 예상되는 만큼 조만간 지난해 수준의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수출이 전체 매출의 98%가량을 차지하는 조선업종은 고부가가치로 분류되는 해양플랜트 인도 물량이 전무하며 수출도 급감하고 있다. 10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4%가 줄었다. 향후에는 선박 인도 일정이 잡혀 있어 수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인도 시점이 계속 미뤄지거나 아예 취소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철강은 글로벌 경쟁 심화와 수출여건 약화, 중국의 수요 둔화와 수출 확대, 내수 정체와 저가 철강재 대량 수입,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부담 가시화 등 4중고에 처해 있다. 중국, 미국, 일본 등에서의 내수부진에 더해 수입 규제까지 확대되면서 수출도 두 자릿수 이상 감소했다. 무엇보다 중국이 넘쳐나는 값싼 철강을 전 세계로 밀어내기 수출하면서 중국시장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이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석유화학업종은 유가와 정제마진의 변동에 따라 웃고 울고 있다. 저유가에 석유제품 수출단가가 하락하고 시설보수로 생산물량도 줄면서 수출이 전반적으로 줄어 들었다. 올 들어 10월까지 석유제품은 전년 대비 44%, 석유화학제품 전체로는 31.6% 줄었다. 에틸렌, 폴리프로필렌, 염화비닐수지, 합성고무 등의 석유화학제품은 중국 국경절의 영향과 수출단가 하락, 정기보수에 따른 물량 감소로 수출이 줄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출물량이 늘고 있어 현재 수준의 물량이 유지된다면 유가 반등이 예상되는 내년부터는 수출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통적으로 무역흑자 업종인 섬유는 적자전환을 우려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중국의 수요감소와 선진국 경기회복 등의 외풍에 수출단가마저 하락하고 있다. 4분기에도 수출 환경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자칫 섬유산업 역사상 처음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부 종합·정리=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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