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장기화' 러시아 국부펀드 고갈 위기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러시아 국부펀드인 '예비기금(reserve fund)'의 재원이 내년이면 고갈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온라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예비기금의 재원은 지난 1일 기준으로 4조6700억루블이다. 이달 초 러시아 재무부는 정부가 9월에만 예비기금에서 4022억루블을 빼썼다고 밝혔다.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러시아 정부의 재정수입이 줄었고 그동안 쌓아두었던 예비기금에서 정부 재정을 벌충한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원유과 천연가스 생산과 수출로 벌어들인 수입 중 일부를 예비기금으로 쌓아왔다. 하지만 유가가 급락하면서 이제는 예비기금을 빼써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정부 재정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러시아 재무부에 따르면 9월 정부 재정적자는 7~8월 재정적자를 합친 것보다 두 배 많았다. 재무부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는 돼야 예비기금의 재원이 다시 늘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러시아 우랄유 가격은 배럴당 44달러에 불과하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상원에 출석해 배럴당 50달러를 밑도는 현재 유가가 지속되고 달러·루블화 환율에도 변화가 없으면 예비기금의 재원이 내년에 고갈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루아노프 장관은 "예비기금의 재원이 올해에만 전체 재원의 절반이 넘는 2조6000억루블 가량 줄 것"이라며 "이는 곧 현재와 같은 지출이 지속되면 내년에는 예비기금이 고갈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당장 유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데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받으면서 러시아 경제가 침체에 빠져있다는 점도 정부 재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러시아의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4.3% 감소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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