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산층 현금 빼돌리기 '007작전'

해외여행 가장한 현금 빼돌리기도 성행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에서 불법적인 방법으로 현금을 해외로 밀반출하려는 중산층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 중산층이 느끼고 있는 경제 불안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인민은행 관계자를 인용해 연간 8000억위안(약 1250억달러)이 국경 일대 '비밀 은행'들을 통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국경을 이동하고 있으며 올해는 그 액수가 과거보다 많다고 보도했다. 홍콩으로 넘어갈 수 있는 통로인 중국 광둥성 선전 지역에는 현금을 중국 밖으로 빼돌리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비밀 은행' 중개인이 많다. 이들은 고객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지하 금융권과 연계된 자금 유통망을 통해 현금을 중국 본토에서 해외로 이동시키는 일을 한다.

광둥성 일대에는 차(茶)를 파는 작은 상점이나 편의점을 차려놓고 중국 부패 관료의 재산을 '세탁'해 주거나 중산층이 해외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도록 현금을 중국 밖으로 옮기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도 많다.

일부 중국인들은 직접 재산을 해외로 옮기기도 한다. 지난해 4월 중국 광둥성에서 한 남성이 100달러짜리 지폐 58만달러어치를 다리에 테이프로 칭칭 감고 홍콩으로 넘어가려다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외여행과 자녀의 해외 유학을 통로로 중국에서 축적한 재산을 해외로 옮기는 것도 중산층 사이에서 쉽게 쓰이는 방법이다. 뉴욕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장진진씨는 컬럼비아 대학에 다니는 중국 학생 2000여명의 가족들이 뉴욕에서 부동산을 매수하기 위해 집을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사업가들은 가짜 미국 법인을 만들어놓고 중국에서 미국산 물건을 수입하는 것 처럼 꾸며 현금을 해외로 반출한다. 일부는 수출입업자를 끼고 송장 부풀리기를 통해 자금을 빼돌린다.

중국인들은 왜 자산을 해외로 빼돌리려고 할까.

WSJ은 그 이유를 중국 주식시장 폭락과 경제성장 둔화에서 찾았다. 중국에서의 자산 증식에 불안감을 느낀 중국인들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자산의 해외 밀반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시진핑 정부가 반(反) 부패 캠페인을 강하게 벌이면서 부정적인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공직자들의 자산 숨기기 시도도 한 몫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자금 유출이 계속되면 중국 정부가 경제 정책을 결정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8월 3조5574억달러로 전달 보다 939억달러나 줄었다. 감소폭으로는 역대 최대다.

WSJ은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인민은행이 위안화의 급격한 평가절하를 막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활용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중국의 불법적인 자금 유출이 성행한 결과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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