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사실 20nm(나노미터ㆍ1nm는 10억분의 1m)라고 해도, 정확하게 20나노라고 말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아요. 21나노, 혹은 20나노와 21나노 사이이면 과감하게 소수점 이하는 떼어 버리고 홍보하는 경우도 많아졌죠. 업계가 워낙 치열하다보니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국내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반도체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업체들 간 기술 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D램의 경우 완제품 업체들이 더 세밀한 공정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업체들도 본인들의 기술을 유리한 방향으로 홍보하는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D램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기술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업계에서 최초로 20나노 D램 공정에 돌입, 양산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SK하이닉스가 양산 중임을 확인했고, 3위를 지키던 마이크론은 아예 20나노는 뛰어넘고 16나노 공정을 적용한 D램을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반도체 업체들마다 '나노미터'의 기준이 약간씩 달라 정작 제품을 뜯어 보면 생각과는 다른 경우가 많다는 것이 완제품 업체들의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회로 선폭을 재는 기준이 업체들마다 약간씩 다르다"며 "A사는 100개 제품의 평균 선폭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B사는 1만개 제품의 평균을 내는 등 기준 자체가 다르다"고 밝혔다. 이외에 선폭의 거리를 끝에서 끝까지 재는 경우, 회로를 반쯤 포함시켜 재는 경우, 대각선 길이도 기준에 넣는 경우 등 업체마다 자사에 유리한 방식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D램 미세공정은 정확한 검사기관이나 인증기관도 없다. 업체들마다 보안이 중요하고, 첨단기술이다보니 인증을 할 마땅한 기관이나 단체가 없다보니 다른 제품과는 달리 업체들의 말을 신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이렇다 보니 완제품 업체가 샘플 제품을 주문, 전력소모량이나 처리속도 등을 일일이 테스트 해 본 후 다시 되돌려보내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들 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지만, D램 시장 전망은 좋지 않다. 전문가들은 세계 D램 시장이 본격적인 역성장 국면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의 2분기 D램 시장 자료에 따르면, 세계 D램 시장 규모는 올해 1분기에 하락세를 나타낸 이후 2분기에도 이를 이어가고 있다. 지속적으로 가격이 폭락하던 PC D램 시장에 이어 서버용 D램 시장마저도 사상 최초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용어설명
◆D램 : 데이터의 임시 기억 장치로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휘발성 메모리. 데스크톱, 노트북컴퓨터, 스마트폰 등에 들어간다. 회로 선 폭이 세밀해질수록 생산성이 높고 처리속도가 빠르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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