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여건 악화 등 최악 상황 때 "정책변수로 활용할 가능성 커져"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중국정부가 대외여건이 악화되면 환율을 정책변수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11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이승호 선임연구원은 "중국정부의 지난 8월 위안화 평가절하는 경기부양, SDR 구성통화 편입 지원, 단기자본유출 방지 등을 배경으로 해 당분간 추가 절하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경제 경착륙과 미국 금리인상 등 대외여건이 악화되면 환율을 정책변수로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지난 8월 3일 연속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위안화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며 오랫동안 지속돼 온 일방적인 절상 기대가 약화되기는 했으나 시장의 예상과 달리 기습적으로 4.5% 평가절하 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일대 혼란을 야기했다. 중국정부는 큰 폭의 위안화 평가절하 직후 시장환율과 역내환율 사이의 괴리를 줄이기 위한 조치임을 강조하며 당분간 추가 위안화 평가절하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수차례 표명했다.
시장의 평가는 엇갈렸다. 중국정부의 위안화 평가절하를 시장친화적 결정이라며 긍정적으로 보는 시작이 있으나, 중국경제가 부진에 시달리며 펀더멘털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도 나왔다.
이 연구원은 "최근 대내외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는 기준 환율 산정방식 변경과 시장 환율과의 괴리 축소 등 표면적인 이유가 있지만 환율절하를 통한 경기부양 지원, 위안화 SDR 구성통화 편입, 단기 핫머니 유출방지 등을 또 다른 배경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국의 수출가격경쟁력을 반영한 지난 7월 실질실효환율지수(REER)은 2010년 대비 27% 이상 절상됐다. 미국을 제외한 유럽, 일본 등 선진국과 대부분의 신흥국 통화가 크게 절하된 결과다. 이에 따라 수출 증가율은 올해 1분기 4.7%에서 2분기 ?2.2%를 기록했다.
이 연구원은 "중국이 완화적 통화정책과 더불어 환율을 정책변수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가격경쟁력 개선과 경기부양을 동시에 도모하고자하는 유인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위안화 국제화를 공고히 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중국이 위안화를 국제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SDR 구성통화에 편입돼 국제적 위상을 높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바르켓에는 미국 달러, 유로, 엔, 파운드 등이 포함돼있다.
이 연구원은 "위안화는 현재 SDR편입 기준인 무역규모는 만족하고 있으나 자유로운 사용통화로서 요건은 미흡하다"며 "중국은 시장환율과의 괴리를 축소하고 기준환율 결정시 시장환율 반영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내년 중에 있을 예정인데 IMF의 SDR 구성통화 검토에서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IMF 역시 중국의 이번 위안화 평가절하를 시장친화적 조치로 앞으로 위안화가 SDR 운용에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규모가 커지고 있는 단기 핫머니를 묶어두기 위한 조치라는 진단도 내놨다. 위안화 평가 직전만해도 9월 미국 금리인상설에 따라 중국 등 신흥국 자본유출 우려가 증대됐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6월말 3조9932달러에서 1달만에 3400억달러 감소한 3조6513억달러로 낮아졌다.
이 연구원은 "연내외 환율의 괴리 등 위안화 절하 기대가 팽배한 경우 환차손을 우려한 투자자금의 유출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인민은행은 이번 평가절하를 통해 절하 기대감을 줄이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다했다.
이 연구원은 위안화 평가절하 배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당장 추가 평가절하 가능성은 낮지만 변수는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 안정 여부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SDR 편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추가 평가절하가 위안화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통화가치를 안정성을 해친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중국 경기부진이 예상보다 심화되고 대외여건이 동시에 악화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지금까지 공약과 달리 위안화 환율을 정책변수로 활용할 가능성이 한 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정책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고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경제의 대내외 균형과 안정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는 진단도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환율전쟁이 선진국의 양적완화에 기인하던 형태에서 신흥국의 적극적인 환율절하 유도라는 또 다른 양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며 "한국의 거시경제 운용에도 또 다른 리스크가 되고 있음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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