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위임장 서명 사진
롯데 경영권분쟁 2라운드…신격호 위임장 효력, 건강상태·지분 등 핵심
신동주 전 부회장 측 "법리적 측면에서 볼 때 100% 승소 자신있다"
신동빈 회장 측 "법적으로 모두 끝난 상황…경영권 흔들림없다"
신격호 총괄회장, 모 언론사 인터뷰서 신 전 부회장 지지 공식 전달[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7월17일자로 장남인 신동주를 한국롯데그룹 회장으로 임명한다. 차남인 신동빈을 롯데그룹 후계자로 승인한 사실이 없다."(7월31일 신동주 전 부회장이 공개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해임서 내용 중)"본인은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 총괄회장인 바, 최근 신동빈이 본인을 일본법에 의해 설립된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직과 회장직에서 해임했다. 이는 롯데그룹을 창업한 본인을 불법적으로 축출하려는 행위로 생각해 법적 조치를 취해줄 것을 큰 아들 신동주에게 위임한다."(10월8일 신 전부회장이 공개한 신 총괄회장의 위임장 내용 중)
롯데그룹의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상대로 법적 소송에 나섰다.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통해 1차전 승리를 거둔지 50여일 만이다. 지난 1차전과 마찬가지로 신 전 부회장은 부친의 의중이 자신에게 있음을 위임장을 통해 전면에 내세웠다. 롯데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2라운드에 돌입한 셈이다.
2라운드의 관건은 신 총괄회장 위임서의 법적 효력과 판단력, 지분 관계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 전 부회장은 이 위임장을 이용해 일본에 '대표권 및 회장직 해임 무효소송', 한국에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 등 2건의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법조계의 해석은 엇갈린다.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신 전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이 직접 위임장에 사인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위임장이 진본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여기에서 핵심은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다. 신 전 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신 총괄회장은 매우 건강하며 판단력도 이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달 초 신 총괄회장은 제2롯데월드를 찾아가 1시간 가량 점검했다. 지난 경영권 분쟁으로 쇠한 기력을 어느 정도 회복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모습.
롯데그룹은 그간 신 총괄회장이 워낙 고령인 관계로 판단력이 흐려질 때가 있음을 밝혀왔다. 신 전 부회장 기자회견에 대한 공식 입장자료에서도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으신 총괄회장을 자신들 주장의 수단으로 또 다시 내세우는 상황은 도를 넘은 지나친 행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의 판단으로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결국, 신 총괄회장이 위임장에 서명한 것이 자의적인 작성인지, 판단력이 명확한 상태에서 이뤄진 것인지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위임장을 얼마만큼 신뢰할지가 변수인 셈이다. 법원이 신뢰할 경우 신 전부회장의 소송전은 본격화될 전망이다. 반대의 경우에는 한국과 일본에서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싱겁게 끝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11일 모 언론사는 신 총괄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건강하며 신 전 부회장의 기자회견 내용이 자신의 뜻임을 분명히 했다. 해당 언론사와의 인터뷰 주요 내용을 보면 신 총괄회장은 “한국과 일본에서 민 형사 소송을 모두 진행하고,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을 것” , “아버지가 정신적으로 이상하다느니 바보가 됐다느니 하며 재산을 가로채는 것은 큰 범죄행위가 아니냐” 등을 언급했다. 이는 결국 신 전 부회장의 주장처럼 신 총괄회장이 명확한 판단력이 있으며 직접 이번 소송을 진두지휘했다는 의미가 된다.
지분에 대한 주장도 대립된다. 신 전 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광윤사와 롯데홀딩스의 지분구조를 공개하며 실질적인 경영권이 자신에게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서 밝혀진 광윤사 지분구조에서 신 전 부회장의 지분은 50%로 신동빈 회장의 38.8%를 크게 웃돈다. 광윤사는 호텔롯데 지분 5.5%도 갖고 있으며, 경제적 가치로 봤을 때에는 롯데홀딩스의 55.8%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셈이라고 신 전 부회장 측은 밝혔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인 롯데홀딩스도 경제적 가치로 지분 소유 구조를 봤을 때 신 전 부회장이 36.7%, 신 회장 29.1%, 신격호 총괄회장 8.4%, 가족 및 장학재단 등이 25.9%를 갖고 있다는 것이 신 전부회장의 주장이다. 신 전 부회장이 주요 핵심 계열사 지분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지난 정무위 국감에서 신 회장도 인정한 바 있다.
롯데그룹은 광윤사의 지분을 신전 부회장 측이 50%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지난 9월17일 국정감사에서도 알려진 내용이라며 광윤사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약 28% 정도만 보유하고 있어, 현재의 일본 롯데홀딩스 및 한ㆍ일롯데그룹의 경영권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17일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를 통해 이미 확인 된 바 있다고도 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8일 신동빈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소송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롯데그룹은 예견된 소송이라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신 총괄회장의 위임장은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간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의 갈등은 신 전 부회장에 의해 비롯된 오해라며 대립설을 불식시키는데 노력해왔다. 신 회장도 지난 정무위 국감에서 신 총괄회장에게 중요 업무를 보고하며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호텔롯데 상장에 대해 부친의 승인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형의 반격 타이밍을 감지하지 못했던 신 회장은 기자회견 이후 공식입장을 자제하고 두문불출하고 있다. 오는 12일 롯데면세점 비전선포식에 참석할 예정이지만 소송과 관련해서는 언급을 자제할 것으로 전해졌다.
제2의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 전 부회장의 소송은 한국과 일본 두 곳에서 진행되는 만큼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서울 시내면세점 수성과 호텔롯데 상장, 지배구조 개선 등 그룹 개혁작업에 갈 길 바쁜 신 회장으로서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잠잠했던 반(反) 롯데 정서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롯데그룹이 또 다시 위기의 기로에 들어선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1차전 상처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진 2차전으로 깊게 파인 상처를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당장 반 롯데 정서에 대한 불안과 고객들의 신뢰를 다시 얻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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