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물수능'에 고3·재수생 모두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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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오는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반수생과 재수생 등이 늘어나면서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과 재수생 모두 울상을 짓고 있다.

14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오는 11월 12일 치러질 2016학년도 수능 총 지원자는 63만1184명으로 작년보다 1만명 가량 줄어들었다. 하지만 반수생, 재수생 등 졸업생 지원자는 4551명(3.5%) 증가해 13만6090명이 올해 수능을 치른다. 수험생 5명 중 1명이 반수·재수생인 셈이다.

이처럼 반수생과 재수생이 증가한 데는 수능 문제가 쉬운 이른바 '물수능' 기조가 유지됐기 때문이다. 전년도 수능에서 1~2문제로 대학 입학 결과가 달라지면서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 수험생들이 수능을 한번 더 치르는 것이다.

올해 수능 역시 '물수능'이 될 공산은 크다. 6월과 9월 진행된 모의고사가 쉬운 편이었던데다, 교육부도 고교 교육과정을 배웠다면 풀 수 있도록 문제를 제출하겠다고 공언해서다. 이 경우 한동안 수능 졸업생 지원자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이러한 쉬운 수능 기조에 수험생들은 불만을 토로한다. 반수생과 재수생이 늘어나면서 처음 수능을 치르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우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박모 군(19)은 "반수생이나 재수생은 (내신성적 고민없이) 수능만 준비하면 되니까 시험에서 더 유리할 거라 생각한다"며 "시험을 처음보는 입장에선 더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수생과 재수생들의 의견은 이와 다르다. 이미 수능 경험이 있다 하더라도 문제가 쉽게 출제되는 상황에서 경험은 크게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재수생 이모(20·여)씨는 "작년에 시험을 본 경험이 있어 깊이있는 공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수능이 너무 쉬워 소용이 없다"며 "졸업생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수생 김모(20·여)씨도 "학생부 전형이 많은데 보통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내신성적은 수능을 위해 포기하지 않냐"며 "결국 수시전형이 재학생에게만 유리해 결과적으로 수시나 정시에서 졸업생이 불리하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에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수능이 쉽다보니 본인이 이전에 받은 점수보다 못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재수생보다는 반수생이 늘어났다"며 올해 의대 입학 정원이 늘어난 점도 졸업생이 늘어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소장은 "수능이 쉬우니까 일부 학교에서는 졸업생의 수능 등록이 고3 수능 등록보다 많았다"며 "요즘은 재수는 필수고 삼수는 선택이란 말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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