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선의 世·市·人]미니스커트 징크스

칼럼니스트 ㆍ 경영학 박사

칼럼니스트 ㆍ 경영학 박사

일찍 찾아 온 무더위가 노출을 정당화했다. 민소매와 미니스커트, 탱크톱으로 몸을 겨우 가린 여인들이 물고기처럼 거리를 유영(遊泳)했다. 스커트 길이와 반비례하여 미니스커트 매출은 날개를 달았고 더위를 먹어 탈진한 주식시장에서 사람들은 미니스커트가 유행하면 주가가 오른다는 진부한 징크스를 떠올리며 희망을 애써 찾았다.

징크스는 원래 고대 그리스에서 마술에 쓰던 딱따구리 새를 일컫는 말이었는데 현대에 와서 '그 인과관계를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뭔가 불길하고 꺼림칙한 징조나 사물'을 가리키는 일상어가 됐다. 사람들이 모여 시세를 흥정하고 이익을 다투는 시장에는 경험적 사실에서 비롯한 여러 가지 징크스가 떠돈다. 이런 징크스들은 논리적 인과관계를 갖추고 있는 것도 더러 있지만 미신처럼 터무니없는 것들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미니스커트 이론'이다.1920년대 미국에서는 젊은 여성들의 스커트 길이와 주가를 연결하여 분석한 적이 있었다. 젊은 여성들이 미니스커트를 입기 시작하면 주가가 상승한다는 것이 이 이론의 골자인데 특히 도시지역에서 3% 이상의 여성들이 새로운 패션의 미니스커트를 입기 시작하면 주가는 더욱 상승한다는 관찰 결과가 나왔다. 치마가 짧아지면 짧아질수록 주식시장이 호황을 구가하고 긴 치마를 입으면 시세가 하락한다는 이 경험칙을 사람들은 '상승시장과 미니스커트 이론'이라고 불렀다.

미국의 투자분석가 아이라 콜브레이는 이 이론을 실증했다. 미국 여성들이 바닥에 끌릴 정도로 긴 치마를 입고 다니는 것이 유행했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는 증시가 약세였으나 1929년 대공황 직전까지 치마가 계속 짧아지면서 주가는 강세를 지속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그는 미국 증시 사상 기록적인 폭락사태의 하나인 1987년 10월, 이른 바 '블랙 먼데이'사태도 치마 길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1987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미니스커트가 유행했지만 하반기 들어 긴 치마로 갑자기 바뀌면서 10월에 주가가 폭락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증거로 찾아냈다.

'치마가 짧아진다는 것은 경기가 살아나는 것을 반영하여 그만큼 사회분위기가 밝고 활기에 넘친다는 증거의 하나이므로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과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 미니스커트 이론을 사회심리학적으로 해석하는 논리다. 반대로 경기가 후퇴하고 사회분위기가 침체하면 여성들이 미니스커트처럼 튀는 복장보다는 점잖고 무난한 느낌을 주는 긴 치마를 선호하고 주가도 하락한다는 것이다. 영국 태생의 동물학자 데즈먼드 모리스 교수는 '털 없는 원숭이(The Naked Ape)'라는 저서에서 '야생동물은 먹이가 충분할 때 털갈이를 한다'는 연구 결과를 인간에게 적용했다. 인간도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노출 본능이 작동하여 미니스커트처럼 노출이 심한 의상을 선호한다고 추론했다. 경기와 치마 길이의 역상관을 제대로 논증한 셈이지만 그 스스로 '불가사의한 결과'라고 고백했듯이 인과관계는 분명치 않다. '털 없는 원숭이'는 인간의 별칭(別稱)이고 '털'은 옷을 상징한다.
 '하의실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치마 길이는 끝없이 짧아지고 있지만 주가는 지지부진하고 경기는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징크스는 경험적 사실을 거쳐 입증된 것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치마 길이가 주가와 어떤 상관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일시적인 유행이나 사회현상을 근거로 주가의 등락을 설명하려는 시도 자체가 시장의 불확실성 앞에 무력한 인간의 이성을 드러내는 일이다. 알 수 없는 위험을 감당하기 힘들 때 사람들은 그 위험보다 더 애매하고 모호한 징크스를 만들고 그 주술적 힘을 간구하며 집착한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모든 기록이 그러하듯 징크스도 결국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 이 '소멸의 숙명'은 시장의 징크스에 더욱 철저하다. 세상과 사람이 시간과 더불어 변하듯이 시장의 시세도 끊임없이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 변화를 초래하는 요소와 그것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도 상황에 따라 늘 바뀌기 때문이다. 불황의 골이 깊고 음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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