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이준 "'손님', 비중 줄었지만 배운 것 많다"

이준[사진=스포츠투데이 제공]

이준[사진=스포츠투데이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류승룡(45)은 "이미 '연기돌'을 넘어섰다. 이 정도로 탐구하고 열정적인 젊은 연기자는 보기 드물다"고 했다. 천우희(28)도 "연기를 굉장히 잘하는 집중력 높은 배우"라고 했다. 영화 '손님'에서 함께 연기한 이준(27)에 대한 평가다. 그는 손사래를 쳤다. "이제 갓 연기를 시작하는 애가 잘해봐야 얼마나 잘하겠나. 나름 오랫동안 무용한 사람으로서 나 역시 후배들에게 그런 덕담을 할 때가 있다."

아이돌 그룹 엠블랙 출신의 연기자 이준을 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겸손했다. 한편으로는 배우의 삶 즉 타인의 삶을 사는 것에 대한 호기심을 숨기지 않았다. "1년에 작품 두 개를 하면 두 사람의 인생을 살 수 있다. 스트레스이기도 하지만 완성된 작품으로 나오면 저절로 해소된다. 그게 재미인 것 같다."'손님'은 판타지 호러영화다. 독일의 전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와 한국의 토속 민간신앙이 만났다. 전쟁 직후인 1950년대, 서울로 향하던 떠돌이 악사 우룡(류승룡)과 영남(구승현) 부자가 한 산골 마을에 들어선다. 시끄러운 바깥세상과 달리 평화로운 마을. 그러나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하는 쥐떼들이 골칫거리다. 촌장(이성민)은 우룡에게 쥐떼를 쫓아주면 아들 영남의 폐병을 고칠 큰돈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우룡은 피리를 불어 쥐들을 불러 모은다.

이준[사진=스포츠투데이 제공]

이준[사진=스포츠투데이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

이준은 촌장의 아들이자 마을의 차기 지배자를 꿈꾸는 남수를 맡았다. 시나리오에 담긴 다양한 메시지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그는 "‘약속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영화지만 속뜻이 많다. 시나리오에서 비유된 부분들이 와 닿았고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영화가 달라질 만큼 소스들이 좋았다"고 했다.

출연을 결심한 결정적 이유는 '캐릭터의 입체감.' 시나리오에서 '남수'는 소년이었다가도 권력을 탐하는 강인한 청년으로 그려진다. 아버지에게 한없이 순종적이다가도 살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 김 감독은 소년의 티를 벗게 하려고 다양한 주문을 했다. 대사를 읽다가 어디에서 호흡을 떼야 하는지, 눈썹의 모양은 어때야 하는지 등이다. 이준은 김 감독의 요구에 충실히 따랐다. 그러나 영화 속 남수는 그가 연기한 남수와 다르게 나온다. 편집 과정에서 많은 장면이 삭제됐다. 부자 관계의 특수성이나 과거의 복잡함이 덜어져 캐릭터의 깊이가 얕아졌다. 이준은 "내 연기를 집중해서 보느라 아직 관객의 입장으로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서 "내 비중이 줄었어도 영화의 완성도와 재미가 높아질 수 있다면 만족한다"고 했다.

영화 '손님' 스틸컷

영화 '손님' 스틸컷

원본보기 아이콘

아쉬움을 떨쳐낼 수 있는 건 류승룡, 이성민, 천우희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과 함께 촬영했기 때문이다. 그는 "옆에서 선배들의 연기를 보는 것이 큰 공부가 됐다. 감탄하면서 배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돋보이기 보다는 선배들에게 많이 배우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다"고 했다.

신인일 때보다는 덜하지만 이준에게 촬영장은 여전히 두려운 장소다. 그는 "주연이면 그에 대한 책임감이 두렵고, 조연이면 주연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매의 눈으로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좋은 느낌을 전달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했다. 성장 속도는 빠른 편이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뽐냈고 최근에도 단막극을 준비한다. 이준은 "잘하고 못하고 그저 그랬을 때도 있지만 하나씩 끝내다 보면 굉장히 많은 걸 얻는다"며 "최근 배운 것들을 빨리 응용하고 싶다"고 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