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홍유라 기자] 정치권 등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 등으로 인해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에서는 실제 메르스 사태를 이유로 추경 예산을 편성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현행 국가재정법 89조는 추경 편성의 조건으로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나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ㆍ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하여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로 한정했다. 2009년 개정 과정을 통해 국가재정법은 추경 편성의 조건을 원칙적 금지 조항에서 제한적 허용 조항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추경 편성의 조건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메르스와 관련한 일련의 사태는 자연재해에 해당되어 추경 편성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은 '사회재난'으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국가재정법에서 언급한 자연재해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의 자연재난에 국한된다. 법에 규정된 자연재해에는 태풍에서부터 지진, 황사, 녹조류 같은 조류 발생 등을 망라하고 있다. 다만 여기에는 화재ㆍ붕괴ㆍ폭발ㆍ교통사고나 환경오염사고, 감염병이나 가축전염병 등은 사회재난으로 분류되어 자연재난에서는 빠진다. 최근 발생한 메르스 역시 사회재난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국가재정법에서 정한 추경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추경 편성의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대정부질문에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과거에는 홍수나 태풍 같은 재연재해 로 인해 피해가 나서 긴급히 복구할 일이 많이 있었지만 이제는 사회적 재해가 더 훨씬 피해규모도 크고 영향이 심대하게 미치고 있다"며 "(추경 편성의 조건을) 자연재해로 한정할 필요가 과연 있는지 국회에서 한번 생각해야 할 단계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추경과 관련해 '메르스 맞춤형 추경'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실제 현행법 체계에서는 메르스 사태 문제로 추경을 편성할 수 없게 됨에 따라 경기침체 등 대내외 여건 변화 등의 사유로 추경을 편성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추경 규모 역시 메르스 대책이 아니라 경기 부진 등 대내외 변동에 따라 편성되어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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