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한달]너무 몰랐다…無知가 부른 참사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에 대해 너무 몰랐다. 메르스 첫 확진자가 나온 지 한달만에 얻은 교훈이다.

19일 현재 166명이 감염됐고, 이중 24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세계 2위 메르스 발생국이라는 오명은 물론 한국 경제가 마비될 지경이다.지난 2012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발생한 메르스는 6개월이 지난 뒤 처음 세상에 알려졌지만 한국은 무방비 상태였다. 보건당국은 한달간 우왕좌왕했고, 의료계는 속수무책으로 메르스에 뚫렸다.

보건당국이 메르스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는 지난달 21일 배포한 보도참고자료를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질병관리본부가 만든 '중동호흡기증후군 자주하는 질문'이라는 제목의 이 자료에는 '정확한 감염원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나, 비말, 공기 전파 또는 직접 접촉을 통해 사람간 감염이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명시돼 있다. 보건당국은 이후 이 자료에서 슬그머니 '공기전파'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메르스의 전염력을 하찮게 평가한 것도 패착의 요인이다. 보건당국이 지난달 20일 최초 확진자가 확인된 직후 발표한 메르스의 기초감염재생산수(R0)는 0.6~0.7에 불과했다. 감염병의 전파력을 나타내는 기초재생산수는 1이면 감염자 한 명이 1명을 전염시킨다는 의미다. 보건당국은 중동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1명의 메르스 감염자가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확률이 60~70%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하지만 미국과 캐나다의 연구팀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연구 논문을 보면 메르스의 병원내 감염력은 이보다 훨씬 강력했다. 연구진이 지난해 메르스가 창궐한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와 남부도시 제다의 확진자 707명을 분석한 결과, 제다의 병원내 기초재생산수은 3.5~6.7, 리야드는 2.0~2.8로 추정됐다. 지역사회 감염력은 0.6~0.7 수준이다.

보건당국이 메르스에 대한 기초 정보조차 파악하지 못해 국민 불안을 부추겼다는 질책을 받을 만 하다. 보건당국은 격리대상을 느슨하게 잡아 슈퍼전파자 1명이 수십명을 빠르게 감염시키는데 일조했고, 이는 곧 중동과 달리 강력한 바이러스로 변이된 것이 아니냐는 공포로 이어졌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메르스의 확산세가 시작된 지난달 31일 첫 기자회견을 통해 "3차 감염은 반드시 막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결국 14번 환자(35ㆍ슈퍼전파자)를 비롯한 2차 감염자 11명에 의한 3차 감염자가 속출했다. 보건당국은 '병원내 감염'이라며 국민들을 안심시켰지만 병원 밖 감염 의심 사례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는 이날 삼성병원 입원환자의 보호자 1명이 추가로 확진판정됐고, 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신규 감염자는 지난 17일 8명에서 전날 3명으로 줄어든 뒤 이틀 연속 감소세다. 격리자수도 5930명에서 799명이나 줄었고, 하루새 1043명이 격리에서 해제되는 등 진정세를 보였다. 이날 기준 퇴원자는 30명이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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