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투자자들은 채권시장 변동성에 익숙해져야 한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3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뱉은 이 한마디가 글로벌 채권시장을 요동치게 했다.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16bp 상승해 7개월래 가장 높은 0.86%를 기록했다. 최근 이틀간 국채 금리는 33bp나 상승해 1998년 이후 최대 상승폭 기록도 남겼다.
독일 국채 금리 급등으로 세계 각국 국채 매도 분위기도 재현되고 있다. 이날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전날 보다 11bp 상승한 2.37%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다.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의 10년만기 국채 금리 역시 지난해 가을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독일 국채 금리 급등이 전 세계적인 국채 매도세로 이어지는 '분트 탠트럼(bund tantrum)' 우려가 채권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상황에서 드라기 총재의 이번 발언은 당분간 채권시장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별도의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고 지금의 높은 변동성을 용인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드라기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금리 시대에 우리는 채권시장의 높은 변동성에 익숙해져야 한다"면서 "ECB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조기 종료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는 "ECB의 양적완화 정책이 실물경제에 효과를 내고 있다"면서 "매달 600억유로 규모의 자산을 매입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예정대로 2016년 9월까지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요할 경우 자산 매입을 기존의 계획보다 확대하거나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최근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탈출이 양적완화 조기 종료나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ECB가 유로존의 인플레이션 전망을 상향 조정한 것도 채권시장을 압박해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ECB는 이날 기준금리를 기존 0.05%로 동결하면서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연율 0%에서 0.3%로 상향 조정했다. 2016년과 2017년은 각각 1.5%, 1.8%로 예상했다. 유로존 경제 회복세가 지속돼 2017년 2%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로화 가치는 최근 2주 가운데 가장 높아졌다. 이날 유로화는 달러당 1.1266달러에 거래돼 전날 보다 가치가 1% 가량 상승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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