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해외지점 잇다라 개설…기술금융으로도 눈돌려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최우선 과제는 수익성인 만큼 자산운용을 강화하는데 집중하겠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자본시장을 경험했던 경력이 행장으로 선임된 주요 배경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자산운용 부문서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하겠다." (조용병 신한은행장)금융사들이 저마나 자산운용 성과를 끌어올리는데 '올인'하고 있다. 과거 보수적이던 은행과 보험이 되레 적극적이다. '이대로 있다가는 죽을 수도 있겠다'는 절박감이다. 배경은 역시 채무인간이다. 이들은 금융사의 목을 단단히 부여잡고 있다. 11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빚은 언제 폭탄으로 둔갑해 금융사의 뒷통수를 칠지 모를 일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때 공룡으로 불리던 금융사들이 힘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목격했다. 국내라고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금융사들은 대출을 내주면서도 한켠으로는 서늘함을 느끼고 있다.
채무인간을 낳은 초저금리 물결은 금융사를 뿌리부터 흔들었다. 은행은 역대 최저인 순이자마진(NIM)에, 보험사는 10년째 이어진 역마진에 허덕인다. 기존에 안정적이던 수익원이 흔들거린다. 금융사들은 수익 확보를 위해 앞다퉈 해외로, 벤처로, 부동산으로 나아가고 있다.
변화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보수적'이라던 NH농협금융지주다. 농협금융은 지난해말 금융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자산운용 총괄 자리를 신설하고는 국민연금 운용전략실장 출신인 김희석 전 한화생명 본부장을 불러들였다. 뒤이어 선임된 한동주 NH-CA자산운용 대표 역시 국민연금 기금운용전략실장 출신이다. 국민연금은 국내 최대 연기금이다. 이들의 자산운용 실력을 농협금융에 불어넣어보겠다는 거다. 시장은 농협금융의 실험에 주목했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농협의) 움직임을 보면서 신한도 정신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아직 금융 미개척지인 동남아시아는 국내 금융사의 주요 타깃이다. 국내 NIM은 1.5% 수준이지만, 인도네시아의 경우 6% 가량을 기대할 수 있다. 해외진출과 수익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셈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베트남 호찌민에 1호 지점을 열었고, 국민은행은 오는 9월께 중국 상하이 지점 개설을 앞두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아예 인도네시아의 뱅크메트로익스프레스(BME) 은행을 인수했다. 김형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은 "인도네시아 은행을 추가로 인수해서 BME와 합병한 뒤 자회사로 편입시키려 한다"라며 "지점 40개 정도 규모가 될텐데 이 정도로 시작하면 자신있다"고 말했다.
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도 높은 수익을 노릴 수 있는 투자처다. 미국 상업용 오피스의 경우 연 수익률이 10% 안팎을 기록하는 등 고수익을 자랑하고 있다. 이에 삼성생명은 현재 중국 베이징의 핵심 상업지구인 차오양(朝陽)구에 57층 규모의 오피스 빌딩을 짓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와 영국 런던에도 삼성생명 소유의 대형 빌딩이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수익 창출을 위해 다양한 투자처를 발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교보생명은 독일 빌딩 매입에 돈을 넣었고, 한화생명은 항공기 담보대출 투자에 나서며 틈새 시장을 노리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기술금융은 시중은행들에게 새로운 투자처로 부각되고 있다. 과거 은행은 보수적ㆍ저위험을 고집하며 담보위주 대출을 주로 실시했다. 이런 관행을 바꿔 대상 기업의 향후 장래성과 성장성까지 고려해 보자는게 기술금융이다. 은행들은 아직은 리스크 검증이 안 됐다며 주저하고 있지만, 정부는 되레 기술금융의 리스크가 적다고 설득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은행이 기술평가만 제대로 하면 리스크가 적고 손실이 아니다"라며 "대출뿐 아니라 투자 행태로 기술금융이 이뤄지는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한 개혁방안을 다음주 발표할 예정이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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