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수수료 자율성을 늘려달라는 은행들을 향해 "규제는 이미 풀려있고 수수료는 전적으로 은행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 위원장은 2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신한과 NH, 하나, KB 등 9개 금융지주회사 전략담당 임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주별 건의사항을 말하는 자리에서 한 금융지주사 임원은 "예대마진이 줄어들어 금융기관이 어렵다"며 "수수료 자율성이 제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서민들은 수수료가 공짜라는 인식이 강하고 지급 의사도 없다"라며 "이같은 인식이 근거해 금융당국도 수수료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임 위원장은 "수수료 문제는 언급하지 않으려 했으나 말이 나왔으니 당국의 입장을 밝히겠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금융위원장으로 온 후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에게 지시해 은행들 수수료에 얼마만큼 당국 개입이 들어간 것인지 알아봤다"라며 "조사해보니 수수료 중 4분의 1은 과거에 당국이 개입을 했거나 지금 그런 지시가 유효하게 있는 경우였다"고 했다.
임 위원장은 "나머지 75% 수수료는 은행들이 다른 은행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스스로 안 받거나 깎아주고 있는 수수료"라고 지적한 뒤 "이런 내용을 두고 마치 당국이 수수료 규제를 해서 은행이 수익을 못 올리는 것처럼 말하는 건 안 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그는 "지금도 은행은 고객 등급별 수수료 차등화 등 수수료를 알아서 정할 수 있다"라며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다양한 수수료 부과에 따른 비용효과 분석을 해봤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수수료 규제는 기본적으로 풀려 있는 것"이라며 "이제는 은행이 스스로 판단할 영역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임 위원장은 서민금융과 기술금융에 시중은행이 보다 신경써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시중은행이 취급하는 서민금융 상품은 새희망홀씨대출이 유일하다"라며 "은행이 어떻게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해주냐는 인식부터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서민금융기관의 문제는 신용도에 따른 금리 차등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은행은 금리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으니 다른 대출보다 금리를 조금 더 받아서라도 서민에게 대출을 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존에 담보 위주로 대출을 하는 관행을 바꿔보려고 시작한 것이 기술금융"이라며 "대출심사를 할 때 향후 장래성이나 성장성까지 고려해 달라는 것이며 정부 차원에서 중단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임 위원장은 "은행이 기술평가만 제대로 하면 기존 다른 대출보다 되레 리스크가 줄어든다"라며 "은행들이 기술평가 혹은 기술평가기관(TCB) 평가를 제대로 수용하고 있지 않는 것 아니냐"며 되물었다.
임 위원장은 "기술금융은 은행이 제대로만 하면 손실이 아닌 상품"이라며 "향후 기술금융은 대출을 넘어 투자 위주로 이뤄지는게 바람직하며 이와 관련해서 다음주에 정부 차원의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임 위원장은 동일 지주회사 은행 간의 입금·지급 업무 위탁을 허용하는 등 금융지주회사 내 업무 위탁 금지 범위를 최소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규정을 적용하면 동일 금융지주회사 내에 있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고객이 상대 은행에서 기본적인 업무를 볼 수 있다. 또 금융위는 금융위는 이해 상충 등 문제가 없는 범위에서 계열사 간 직원 겸직도 대폭 허용하고, 금융지주그룹 내 자회사 간 정보 유통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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