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러-루비니, 거품 붕괴·유동성 위기 경고

로버트 실러 교수 사진=블룸버그

[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글로벌 경제가 머지않아 엄청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석학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의 지적은 2008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펼쳐왔던 저금리ㆍ양적완화 정책의 부작용이 한순간에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를 공통분모로 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1일(현지시간) 경제전문매체 CNBC에 출연, Fed가 주택과 주식시장의 투기적 거품을 (사전에) 터뜨리기 위해서라도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Fed의 정책결정자들이) 과거의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 같은 결정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러 교수는 "(Fed가) 과거 금융 위기를 야기했던 주택 부문의 거품을 다루지 않고 있다"면서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금리를 올리라고 제안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실러 교수는 미국 대도시 주택가격 변화를 반영하는 케이스ㆍ실러 주택지수를 창안, 이를 발표해오고 있다.

그는 "아마도 지금도 너무 늦은 것인지 모른다. 미국의 주식시장 가격은 이미 매우 높은 수준이고 주택 가격도 갈수록 치솟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러 교수는 이어 "나는 이 현상을 자산시장의 '뉴노멀 붐(new normal boom)'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강조했다. 실러 교수는 이어 "중앙은행들은 투기적 거품에 대해 너무 늦게까지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루비니 교수 사진=블룸버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글로벌 금융시장을 한꺼번에 뒤엎을 '퍼펙트 스톰'이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영국의 가디언지에 실린 칼럼을 통해 '유동성 부족의 역설'을 지적했다. 루비니 교수는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저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으로 넘쳐나는 유동성이 그동안 채권시장과 다른 자산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고 거품을 만들어왔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시장에 일부 충격이 가해져도 급작스런 유동성 부족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루비니 교수는 구체적으로 극초단타매매(HFT)가 위기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에 발생한 채권시장의 변동성 위기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HFT 거래에 쓰이는 컴퓨터 매매 프로그램은 연쇄적인 대규모 매도 공세를 펼칠 수 있다. 이 경우 금융시장의 대폭락을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지금도 중앙은행들의) 과잉 유동성 공급이 거품을 양산시키고 있지만 시장의 유동성 부족이 결국 붕괴와 폭발을 촉발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