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청 강남대로 흡연구역 확대 및 집중단속 현장 동행 취재기
강남대로 금연구역 단속
[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1일 서울 강남역 2번 출구 오후 3시. 한 여름을 방불케 하는 뜨거운 햇볕 아래에 늘어져 한가한 낮잠 속에 빠져 있던 강남대로가 돌연 술렁이기 시작했다. 가혹한 흡연 단속으로 유명한 강남구청의 흡연자들에 대한 집중 단속이 또 다시 시작된 것이다.
강남구청은 이날부터 신논현역~강남역까지였던 금연거리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우성아파트 사거리까지 555m 확대하면서 '시범 케이스' 차원으로 집중 단속을 실시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홍보부족으로 금연 구역인 줄 몰랐다며 발뺌하는 흡연자들과 구청 소속 단속원들의 실갱이가 계속됐다. 공중전화 부스 옆에서 무심코 담배에 불을 붙였다가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은 우모(여·34)씨는 그나마 얌전했다. 우씨는 "단속을 하는 지 전혀 몰랐다"며 "평소에 이곳에서 직장인들이 담배 많이 피워서 오히려 흡연가능 구역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단속 과정에서 한 흡연자가 단속원과의 몸싸움 끝에 상처를 입고 112에 신고해 경찰이 출동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강남역 인근 회사에 다닌다는 전모(남·41)씨가 카메라를 들이대며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단속원과 실랑이를 벌이다 팔에 긁힌 상처가 나자 경찰에 바로 신고를 한 것이다. 그는 "단속하는 줄 모르고 담배를 피웠는데 단속원이 대뜸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더니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하겠다고 해서 피했더니 팔을 잡아끌더라"며 "단속원분들이야 고용된 처지라 이해를 하지만 구에서 이렇게 홍보도 안해 놓고 단속을 하는 것은 무슨 경우냐"고 비판했다.
출동한 경찰관은 전씨의 상처와 현장 상황, 단속원들의 진술 등을 듣고는 "급히 처리할 일은 아니다. 처벌을 원한다면 추후 출두해서 고소장을 작성해라"는 말을 남긴 채 자리를 떴다. 이와 함께 기자가 이날 강남대로와 인근에서 만난 13명의 흡연자들은 구청의 홍보 부족으로 금연 단속 사실을 몰랐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이날부터 확대 시행하는 강남대로 금연정책에 대해 알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1명 뿐이었다.
구진형(남·43)씨는 "길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하는 정부 정책은 이해하고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만 홍보를 제대로 하고 단속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길거리 흡연객들이 줄자 노점 상인들도 울상이었다. 강남역 앞에서 닭꼬치 노점상을 운영하는 이모(남·49)씨는 "인근 지역 사무실에 단속 소식이 알려지면서 나와서 담배 피우면서 군것질 하던 흡연자들이 골목으로 죄다 들어가 피운다"며 "오늘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노점에서 음료수 재고정리를 하고 있던 김모(남·68)씨도 "사실 길에서 담배를 피워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옳지 않다는 데에는 동감한다"면서도 "서민 입장에서는 단속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것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단속원들도 몸과 마음이 고생이 되긴 마찬가지였다. 한 단속원은 "어쩌다가 독한 사람의 경우 20~30분씩 붙잡고 씨름을 해야 할 때가 있다"며 "오늘처럼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다반사"라고 전했다.
단속 장면을 지켜보던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회사원 박현태(남·33)씨는 "담배피우는 사람들에게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을 줘야지, 이렇게 강남대로만 단속하면 결국 또 골목으로 들어가 피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안될 것"이라며 "각 건물에 흡연장소를 만들던지 어느정도 흡연할 수 있는 장소를 주는 정책이 함께 추진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반면 단속원들을 격려하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는 시민도 있었다. 인근 지역에 거주한다는 한수희(여·59)씨는 "평소 이 지역을 지날 때 담배 냄새가 많이 나서 간접흡연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단속하시는 분들이 고생해주셔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없어졌다"고 말했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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