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공부의 즐거움]나의 단점을 부지런히 공격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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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고불자지' 서액은 2002년 5월 제주에서 열린 '추사와 제주'전시회에서 소개되었고, 2007년 1월 서울 예술의전당서 열린 '추사 서거 150주기 기념전'에도 걸렸던 작품이다. 일부의 학자들은 협서에 나오는 경대(經臺ㆍ김상현 1811~1890)가 과거에 급제하여 부임하던 연도인 1859년엔 추사가 타계한 지 이미 3년이 지난 해라는 점을 들어 다른 이의 작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완벽한 의견'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김상현은 김장생의 9대손으로 빼어난 문장가였다. 17세 때 진사 시험에 합격했고, 그 뒤에는 과거를 본 기록이 없다가 48세 때 증광시 갑과에서 급제한 것으로 되어 있다. 시험에 합격한 일은 그 중간엔 없었다 하더라도, 음서를 통해 관직 생활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추사가 생존해있을 때 벼슬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임행(臨行)이란 의미를 굳이 관직과 연결해야 하는지도 의심스럽다. 그저 떠나는 길에 급히 써준 것이라 해도 상관없는 문장이다.글을 한번 읽어보자. 너무나 가슴에 와 닿는 말이라, 추사가 스스로에게 퍼붓는 추상같은 질책인 것만 같다.
  
人苦不自知 願諸君勤攻吾短 弊去其太甚 與爾輩率由舊章 (인고불자지 원제군근공오단 폐거기태심 여이배솔유구장)

사람이란 스스로를 알지 못함이 괴로운 일 입니다.
원하건대 여러분은 나의 단점을 부지런히 공격하십시오.
나의 그 크고 심한 것(단점)을 없애버려야
여러분들과 함께 옛사람의 가르침을 따를 수 있을 것입니다.
  
협서에는 이렇게 썼다. 

經臺 臨行要一言 書此句奉贈 幷求 是正 阮堂學人(경대 임행요일언 서차구봉증 병구 시정 완당학인)경대(김상현)가 떠나면서 한 말씀 해달라기에 이 글을 써서 드립니다. 아울러 바로잡아주기를 바랍니다. 완당에서 공부하는 사람. 






빈섬 이상국(시인ㆍ편집부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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