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면세점에 사활건 공룡들…고민半·기회半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이 유통 대기업들의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자리잡고 있다. 백화점 등 기존 유통채널이 힘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외형성장과 해외진출까지 담보받을 수 있는 유일한 동력이기 때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오는 6월1일 특허 입찰 신청이 마감되는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에 롯데면세점, 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 신세계, SK네트웍스, 한화갤러리아, 현대백화점, 이랜드 등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내 유통 대기업들은 전부 뛰어든 셈이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외형 성장(매출)이다. 백화점, 마트 등 전통 채널들의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면세점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독과점 문제 등으로 신규 대형마트나 백화점 출점이 어려운 상황에서 면세사업이 외형성장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2012년 3조2000억 규모였던 매출이 2013년 3조6000억원, 지난해 4조2000억원으로 매년 수천억씩 늘었다. 호텔신라가 운영중인 신라면세점도 같은기간 1조9018억원, 2조864억원, 2조6122억원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해외 진출을 위한 포석의 의미도 있다. 현재 국내 시내 면세점의 외국인 비중은 60~70% 수준. 이들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면 해외 진출 측면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중국 뿐 아니라 홍콩, 대만 등 다양한 아시아 국가의 쇼핑객들이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면세점을 통해 브랜드를 체험케 하는 것이 해외 유통시장에 진출하거나 진출 후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의 주효한 마케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협상력 강화' 차원에서 기존 주력 채널인 백화점 사업과의 연계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급성장하는 우리나라 면세 시장을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백화점과 면세점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사업포트폴리오로 평가받는 추세다. 면세사업을 확장하면 면세점과 백화점 내 입점 조건, 물량, 단가에 대한 협상력이 커지게 된다. 이를 통해 기존 백화점의 매출 부진을 보완하고, 백화점 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복안인 셈이다. 다만,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우려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해외 관광객을 주요 타깃으로 삼는 만큼 글로벌 경기나 환율 등에 영향을 받는 등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엔저(低) 현상으로 일본을 향하는 관광객들이 급증하는 등 이미 시장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5년마다 사업자를 새로 선정해야 하는 국내 관세법도 성장의 걸림돌로 꼽힌다. 지난 2013년 관세법 개정에 따라 면세 사업권의 특허기간은 10년에서 5년으로, 갱신방법은 자동에서 경쟁입찰으로 바뀌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초기 대규모 자본과 인력이 필요하지만, 5년마다 사업권을 잃을 수 있다는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 관세법은 면세사업을 키우기 위해 제도를 완화하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현정 기자 alph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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