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김민정 씨, 헝가리국립발레단 ‘백조’ 주연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약관을 갓 넘긴 한국인 발레리나가 헝가리 국립발레단에서 주연으로 나섰다.

발레리나 김민정 씨(21)는 지난 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열린 발레 ‘백조의 호수’ 공연에서 주연인 백조를 연기했다. 그는 지난해 헝가리 국립발레단에 들어와, 입단한 지 1년여만에 주연으로 무대에 섰다.

그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백조 역할인 오데트에 제 이름이 적힌 걸 본 순간 도대체 믿기지가 않았다”며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싶어 할 말을 잃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에서 큰 실수를 하지 않아 다행”이라면서도 “저만 아는 작은 실수는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오는 10월 다시 공연할 때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헝가리 국립발레단은 단원 약 150명 규모로 이 중 외국인이 30% 정도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중이던 2013년 여름 이탈리아 시칠리아 발레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당시 심사위원인 헝가리 국립발레단 솔리모시 터마시 단장의 눈에 띄어 입단 제의를 받았다.

김 씨는 “아마 나이가 어려 장래성이 있다고 생각한 듯싶다”면서 “대개 발레리나는 30세 넘어야 전성기를 맞으니까 제게 미리 투자한 것으로 짐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해 10월 오디션을 보고 입단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니 손에 이끌려 발레 학원에 들어간 그는 초등학교 6학년까지는 취미로 발레를 배웠다. 그는 “발레를 평생 직업으로 삼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선화예중에 가겠다고 아빠에게 떼를 썼다”"면서 “아빠가 흔쾌히 허락해 인생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선화예술고등학교 1학년 때 “시험 삼아” 영재교육원에 신청한 게 받아들여졌고 이어 고교 2년 과정을 건너뛰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과 중 발레 부문에 합격해 김선희 교수로부터 배웠다.

그는 국제 콩쿠르 대회에 자주 나가야만 외국 발레단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보고 대회에 자주 출전했다. 한예종 재학 중 자신을 후원한 웅진재단과 벤츠코리아에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