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공섬'에 둘로 나뉜 아세안 여론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을 두고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여론이 두 개로 쪼개졌다. 남중국해에서 지배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막을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 외무장관 회의에서 앨버트 델 로사리오 필리핀 외무장관이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며 아세아 국가들이 이에 대항해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아세안 정상회담에 앞서 개최된 외무장관 회의에서 로사리오 장관은 중국의 인공섬 건설 문제를 지적하며 "이 문제는 시급하고 파급력이 크며, 단순히 지역 내 문제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까지 망라할 수 있다"고 우려의 뜻을 표했다.

중국이 최근 남중국해 8개 섬을 매립, 군사기지를 위한 인공섬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지난 1953년 중국이 남중국해 주변 일부 해역과 해저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그은 '남해구단선(나인 대시 라인)'이 인공섬의 근거다.

하지만 2015년 아세안 회의의 의장국 역할을 맡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아니파 아만 외무장관은 "필리핀이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자유지만, 아세안의 입장은 중국과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사실상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간단히 말해 대립을 삼가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남중국해 문제를 두고 중국과 대립각을 세워 좋을 것이 없다는 뜻이다. 지난 23일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도 이와 비슷한 견해를 제시한 바 있다.

WSJ은 이처럼 아세안 내에서도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문제에 대해 의견이 갈리고 있다며, 중국에 대해 어정쩡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르 루옹 민 아세안 사무총장은 "아세안은 중국의 영해 주장(나인 대시 라인)에 동의하지 않지만, 이번 회의에서 적극적으로 중국을 비판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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